최근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상반된 발언들과 그의 아들 김정남의 일본 불법입국 등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끈 가운데 많은 국제사회 지도자들은 과연 무엇이 김위원장의 참모습인지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6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주 김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유럽연합(EU) 의장국 대표인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에게 미사일 실험발사를 잠정유예하겠다고 천명한 것과 동시에 미사일 수출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과연 무엇이 김위원장의 진정한 모습인지 분간키 어렵다고 전했다.

당시 김위원장은 페르손 총리에게 오는 2003년까지 미사일 실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말해 유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EU 대표들도 그를 독재자이기는 하지만 실용적이고 단정하며 지적인 유럽국가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이는 그동안 서방세계에 알려진 `깡패' 이미지의 김위원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페르손 총리는 북한 방문을 마친 뒤 서울에 들러 '김위원장이 유럽에 스터디그룹을 보내 시장경제 등 유럽의 경험을 배워오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그는 북한을 국제사회에 동참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김위원장은 페르손 총리에게 '미사일 기술 수출은 어디까지나 무역이며 살 사람이 있다면 계속 팔아야 한다'고 말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의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또 북한이 일본과의 외교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들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일본에 불법입국하려다 체포돼 중국으로 추방되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발생해 국제사회를 더욱 혼동케하고 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공동외교안보정책 대표는 '김위원장은 다른 공산국가 지도자들과는 다르다'고 말해 김위원장의 참모습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김 위원장의 상반된 행보들에 대해 한국 외교안보연구원의 유석렬 연구원 등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체제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징표일 수도 있다'면서 '특히 권력을 아들 김정남에게 이양하려는 김위원장의 시도에 대한 군부의 입장이 분명치 않지만 이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자칫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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