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상대방을 모해ㆍ압살하려고 끊임없이 불장난질을 해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웃음짓고 마주 앉을 수 있으며 화해하고 협력하자고 손을 내밀 수 있겠는가?'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노골적인 반(反)공화국 대결 책동'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의 야외기동훈련(5.7∼19)을 신랄히 비난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이 이번 훈련의 목적에 대해 통일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남북관계를 차단하며 전쟁준비를 완료하는 것에 있다고 규정한 후 `민족에 대한 반역'이라고 규탄한 점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남북관계나 한반도 정세가 미국 대북(對北)정책의 영향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던 점을 고려할 때 남북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교류ㆍ협력 분위기가 자칫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전쟁연습과 민족적 단합은 양립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남한에서 진행되는 군사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북한측이 남한측만을 겨냥해 신랄한 비난을 쏟아낸 것은 6.15공동선언 이후 이례적이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남북 공동선언 이행에 대한 남한 군사당국의 `미온적인'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는 보도물을 지난 3월 말 이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동신 국방장관의 취임사(3.26), 한ㆍ미 위기조치반 훈련(3.27∼29), 북한을 직접적인 위협세력으로 지적한 김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4.10), 한ㆍ미 연합전시증원연습(4.20∼4.26) 등 사안이 발생할 때 마다 비난의 목소리를 계속 내 왔다.

이날 나온 북한의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남북 정상회담 이후 4차례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과 지난해 9월의 제1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 등으로 다져진 남북한 양측의 신뢰에 대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남북한 간에는 6.15 남북 공동선언 이행 접촉창구라고 할 수 있는 제5차 장관급회담이 연기된 것은 물론 제2차 국방장관 회담, 북한의 경제시찰단 서울 방문, 태권도시범단 교환, 한라산관광단 방문 등에 대한 일정조차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신문도 이날 남북관계에 대해 '좋은 분위기가 흐려지고 대화와 협력사업도 냉각상태에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 소강국면이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남한 당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은 채 `남조선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와 `남조선 군부', `외세의 옷섶에 붙어 반역행위를 일삼는 자' 등으로 대상을 한정시킨 점은 아직까지 남한 당국에 대한 기대를 남겨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6.15 남북 공동선언'의 정신에 기초해 남북한 간의 신뢰를 구축할 만한 조치가 시급히 취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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