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일 예란 페르손(Goran Persson) 스웨덴 총리의 방북(訪北) 때, 2차 남북 정상회담에 긍정적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우선 미국과 대북정책에 관한 조율작업을 빠른 시일 내 마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아래, 오는 9일 방한하는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미 국무부 부장관 일행과의 협의를 중시하고 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부시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방한하는 최고위급 인사인데다가 한반도 정책 실무책임자인 제임스 켈리(James Kelly)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동행한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중간보고서를 갖고 방한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양국간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김정일 위원장이 페르손 총리에게 밝힌 ‘미사일 실험발사 2003년까지 유예’ 조치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일관된 포용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한 2차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대화 일정 등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아미티지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대북정책에 관한 조율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중단됐던 각종 남북대화 재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난 3월 13일 열리지 못한 5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재개해 남북관계를 복원시킬 것인지, 아니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회담에 바로 들어갈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미티지 부장관이 대북정책 조율보다는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미사일 방어체제(MD)의 정당성 홍보에 주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으로서는 현재 국지적인 문제인 대북정책보다는 미사일 방어체제 문제의 우선순위가 더 높아 우리 정부에 이를 적극 지지할 것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된 대응책도 검토중이다.
/李河遠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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