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된 직후 대북 경협 프로젝트를 쏟아내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던 재계가 최근 조용해졌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15일 “남·북 정상회담의 이벤트적 효과를 깰지 모르니 재계가 앞서나가지 말라는 정부 측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까지 모든 남·북 경협 활동이 중단되며 재계 차원의 경협 관련 발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초 이달부터 예정된 장치혁(68) 고합 회장, 강성모(67) 린나이코리아 회장, 조창석(73) 삼영모방공업 회장, 백성학(60) 영안모자 회장 등 북한 출신 기업인으로 구성된 고향투자방문단의 순차적인 방북 계획이 전면 보류됐다.

또 전경련이 남·북 경협에 관심이 높은 회원사 기업들의 창구 역할을 맡아 대북 접촉을 해보려는 시도도 중단하는 등 한때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남·북 경협과 관련된 실무작업을 거의 손놓은 상태다.

당초 대북 투자 및 대규모 방북 계획을 다투어 내놓았던 현대 삼성 등 4대 그룹에서도 표면상 움직이지 않고 있다. 북한에 50억달러 투자규모의 전자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내놓고 윤종룡(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임직원의 방북 발표를 했던 삼성이 돌연 이를 연기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메시지가 작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비록 정부의 주문이 있다 해도 물밑으로 대북 투자 접촉을 계속하기는 하겠지만 정상회담 전에 예전처럼 기업이 발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내용들이 모두 추후 정상회담의 성과 속에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보식기자 cong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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