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들을 돌보고 있는 협동농장 농장원들. 북한에서 소는 국가재산으로 등록될 만큼 귀한 가축이다.

북한에서 소, 돼지, 개의 팔자는 판이하다. 소는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국가재산이고, 돼지는 개인이 소유하되 처분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개와 다른 가축은 개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

소는 협동농장이나 기관, 기업소에서 ‘국가고정재산’으로 분류되며, 돼지는 일반 가정에서 재산목록 1호로 꼽힌다.

북한 주민들이 맛볼 수 있는 쇠고기는 15~20년 정도 부림소로 일하다가 늙고 병들어 죽은 소다. 당 고위간부들을 위한 소방목장이 따로 있지만 제대로 된 쇠고기를 맛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북한 소들은 평생 일만하다 늙고 병들어 죽으면 고기로 씹히는 가장 불쌍한 동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대우받는 동물이기도 하다.

협동농장에는 트랙터와 농기계들이 기름과 부품 부족으로 거의 가동되지 못하고 있어 부림소가 더욱 중요해졌다. 소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다. 협동농장이나 소를 키우는 기관, 기업소에서는 특별히 능력과 책임감 있는 사람에게 소 관리를 맡긴다. 관리자의 허락없이는 누구도 마음대로 소를 부릴 수 없다. 소가 잘못될 경우 책임은 막중하다.

소가 특별한 이유 없이 죽을 경우에는 수의사와 행정기관이 나서 정밀조사를 벌인다. 미심쩍은 구석이 있으면 인민보안성(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사육 과정에서의 부주의나 고의적인 행위로 소가 죽었을 때는 책임자가 강제노동이나 징역형에 처해질 만큼 큰 범죄로 취급한다. 소를 밀도살했을 땐 살인죄에 준하는 범죄로 간주돼 최고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이정도이니 협동농장 등에서는 사람은 못 먹여도 소는 항상 배불리 먹이며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소와는 달리 돼지는 개인재산으로 허용된 집짐승이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밀도살하거나 잡아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가정에서 돼지를 키우게 되면 행정기관인 인민위원회에서 관리를 하게 된다. 법적으로는 개인소유지만 수매사업소를 통해서만 처리하도록 유도한다. 밀도살했을 경우 대개 한두 번은 봐 주지만 되풀이 되면 비판무대에 세운다. 개인이 몰래 잡아 처리하려면 수의사와 짜고 병든 것으로 위장해야 한다.

돼지를 잡아 수매사업소에 팔아도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 가령 100kg짜리 큰 돼지 한 마리를 수매하면 10~20% 정도는 개인이 처리할 수 있다. 돼지의 머리, 내장, 발쪽(족발)은 주인 몫이고, 고기의 일부도 가져갈 수 있다. 나머지는 kg당 4원50전에다 옥수수1kg을 보상해준다. 옥수수 1kg은 암시장 가격으로 30~40원이다. 돼지 한마리 가격이 최소한 2000~3000원이 되는 셈이다.

돼지 수매사업을 국가에서 관리, 통제하는 것은 군대와 건설돌격대를 비롯해 고기를 공급해야 할 곳은 많은데 반해 고기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돼지가죽은 군사용 가죽제품을 만드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농촌이든 도시든 집집마다 돼지를 키우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에서도 돼지를 키운다. 북한주민들이 목돈을 만지는 가장 빠른 길이 돼지 키우기다.

소, 돼지를 제외한 기타 가축들은 개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 개는 돼지 다음으로 돈이 되는 동물로, 한 마리에 300~500원 정도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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