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송환/ 도쿄 출발서 베이징 도착까지

◇ "닮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4일 일본 정부의 강제 추방 결정으로 나리타 공항에서 베이징행 ANA항공 905편에 탑승하기 직전,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나리타=AFP연합


세계를 놀라게 한 67시간의 일본 체류극이었다. 위조여권 소지로 일본 당국에 체포됐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은 4일 오전 10시54분 베이징(北京)행 항공기 편으로 동행자 3명과 함께 나리타(成田)공항을 떠났다.

지난 1일 체포된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면도를 안 한 듯 수염이 초췌하게 자라 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 스타일이었으며, 가는 금테 안경에다 금목걸이를 걸고 검은 색 셔츠와 바지, 갈색 조끼 차림으로 10시20분경 공항 계류장에 도착,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공항 직원들이 주위를 에워싼 가운데 승합차에서 내린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눈살을 약간 찌푸린 채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는 비행기 탑승구까지 20여 를 걸어가면서 취재진들을 한번 둘러본 뒤 트랩을 올라 베이징행 ANA(전일공) 705편에 탑승했다.


아내·아들·보모?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과 함께 체포돼 중국으로 추방된 두 여인과 네살짜리 아이가 4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중국 베이징행 ANA 905편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나리타=AFP연합


동행했던 30대 여인 2명과 4세의 남자아이도 그의 뒤를 따라 비행기에 올랐다. 연한 색 안경을 낀 여성이 점퍼 차림의 남자아이 손을 잡고 트랩을 올랐고, 검은색 재킷에 검은 선글라스 차림의 미모의 여성이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탔다.

일본 당국은 이들 4명을 비행기 2층에 태운 뒤 170여명의 일반 승객은 모두 1층으로 밀어넣어 접촉을 막았다. 비행기엔 일본 언론사 기자들도 취재를 위해 대거 동승했으나 일본 외무성 직원 등 10여명의 일본측 관계자들이 차단하는 바람에 거의 취재가 이뤄지지 못했다. 항공사측은 “김정남이 식사는 하지 않고 음료수만 마셨다”고 전했다.

김정남 일행은 베이징에 도착, 취재기자들을 따돌리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김 일행은 승객들의 정상 출구인 브리지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직원용 계단을 통해 항공기 아래로 빠져나간 뒤, 중국 공안 차량을 이용해 곧 공항을 떠났다. 여객기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자 동승한 일본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 등 취재경쟁이 벌어지자, 이를 말리려는 중국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일행이 공항을 빠져나간 것이 확인된 이후 북한대사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에 따라 많은 취재진이 대사관 앞에서 대기했으나, 이날 오후까지 김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차량의 대사관 진입은 없었다. 이에 따라 김 일행은 북한이 공항 근처에 마련해둔 빌라에 몸을 숨겼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경=지해범특파원 hbjee@chosun.com
/동경=박정훈특파원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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