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4일 김정남을 중국으로 추방한 데 대해 각국 언론들은 일본이 북한과의 껄끄러운 마찰을 피하기 위해 손쉽고 무난한 길을 택했다고 풀이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북·일간 긴장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피하는 쪽으로 사태를 해결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의 신분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일을 신속하게 처리한 점이 일본 정부의 난처한 입장을 잘 드러내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CNN방송은 일본 정부가 김정남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 북한과의 민감한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면서 “북·일 관계를 고려해 처벌 대신 중국으로의 추방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수교를 맺지 않은 일본으로서는 오랜 관례대로 중국을 완충지대로 이용했다는 것.

영국의 더타임스는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외교적인 마찰을 피하기 위해 김정남을 중국으로 추방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북한의 테러와 일본인 납치를 줄곧 비판해온 일본 정부와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김정남 억류가 ‘외교적인 골칫거리’였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BBC방송은 이번 사건이 고이즈미 신임 총리로서는 외교적인 시험대였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불량국가’로 지목한 북한은 일본과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데다, 관계정상화를 위한 회담은 작년 10월 이후 6달이 넘게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는 외교적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김정남임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중국으로 추방하는 길을 택했다./박돈규기자 coeur@chosun.com


프랑스의 뉴스 전문 케이블 TV 방송 LCI는 4일 아침 뉴스 시간에 김정남 사건을 다뤘다.

이 방송은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장남이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가 적발돼 중국으로 추방됐다”며 “그는 도쿄의 디즈니랜드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일본 관리들에 의해 버스로 옮겨 타는 김정남의 잔뜩 찌푸린 표정과 그의 일행 중 한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4일자 국제면의 「오늘의 인물」박스에 「김정남, 일본에서 체포된 북한 지도자의 아들」이란 제목으로 눈에 띠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정남이 김정일과 두 번째 부인 성혜림 사이의 아들로 모스크바와 제네바에서 유학했고 정보 통신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김이 일본의 정보 통신 기술을 직접 알아보러 갔을 것이라는 북한 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다./파리=박해현 특파원 hhpark@chosun.com

ORT,RTR 등 러시아 주요 TV 방송들은 김정남의 일본 체포와 중국으로의 추방 소식을 4일 톱뉴스로 다뤘다.

러시아 TV방송들은 『일본 정부가 공식확인해 주지 않았지만, 추방된 인물은 김정남임이 거의 틀림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방송들은 사실 보도에 치중할 뿐, 논평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모스크바=황성준특파원 sjhwang@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