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0)이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된 것을 계기로 북한의 위조여권 제작·사용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노동당 작전부 산하에 위조여권을 전문 제작하는 ‘314 연락소’를 두고 있으며, 여기서 만들어진 가짜 여권은 주요 인물이나 공작원의 비밀 해외활동 또는 밀매를 통한 외화벌이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조여권은 외국에서 수집해 온 여권에서 사진만 떼어내 바꾸는 방법과 아예 여권 전체를 통째로 위조하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주요 인사들은 외국인 여권에서 사진만 바꾼 것을 선호하는데 모조여권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자체 제작한 위조여권은 테러 등 해외 특수활동을 위한 1회용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1987년 KAL기 폭탄테러로 115명을 사망케 한 김현희는 바레인에서 위조 여권이 적발되자 독극물로 자살을 기도했었다.

김정일의 가족·친척들은 영국·프랑스·브라질 여권 등으로 제3국을 드나들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브라질 여권은 1980년대 북유럽에서 마약밀매로 적발된 대외연락부 공작원 김현구(가명)가 브라질 투자이민 형식으로 발급 받은 것이라는 설이 있다.

김정남이 마음 놓고 위조여권을 사용한 것은 노동당 작전부의 여권 위조 능력을 믿은 때문으로 보인다. 여권 내 도장이나 글자를 깜쪽 같이 지우고 새겨넣는 위조 설비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적발된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1996년 9월 평양의 식품수입회사 직원이라고 신원을 밝힌 북한인 남자 1명이 위조된 아르헨티나의 여권을 소지하고 일본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가 체포된 정도다.

김정남은 본인이 이미 두 차례나 위조여권으로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있어 걱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적인 국제 여권위조 조직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주로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지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점 조직을 통해 여권 수집, 위·변조, 밀매를 하고 있다.

개도국들을 활동무대로 삼는 이유는 개도국 여권이 선진국 여권처럼 처럼 사진 전사방식이 아니라 사진을 직접 부착토록 돼 있어 쉽게 갈아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남이 미화 2000달러를 주고 구입했다고 주장하는 도미니카공화국 여권도 사진 부착식이다.

국제 여권위조 조직들이 한국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아직 사진 부착식이어서 사진만 바꿔 붙이는 ‘창갈이’ 수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희영기자 hy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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