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29)씨 로 추정되는 인사가 지난 1일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돌연' 체포된 사건은 당사자가 북한의 권력을 이어받을 후계자로 지목돼 왔다는 점에서 숱한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

◆ 왜 일본에 입국하려 했나
입국 목적은 크게 4가지로 나눠 추정해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병 치료, 관광, 정치적 망명, 견문(정보 수집) 목적을 꼽을 수 있으나 이중 망명이나 신병 치료는 `김정남 추정 인사'의 처지 등으로 보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일본의 북한 관계 전문가들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관광 또는 견문. 일본 언론에 따르면 `김정남'은 도쿄 입국 관리국에 체포된 후 '관광차 왔다. 디즈니랜드에 가보고 싶어 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는 실제의 김정남이 북한에서 컴퓨터 개발 조직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 점을 들어 그가 일본의 정보기술(IT) 사회에 대한 견문을 넓히기 위해 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북한 정부나 당 관계자들이 `조직'과 계통을 통해 보고해온 일본 사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거나 `제왕 교육'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 왜 하필이면 도미니카 위조 여권인가
일본 당국 조사 결과 `김정남' 일행은 도미니카 공화국 위조 여권을 갖고 입국하려다 체포됐다.

일본 공안 당국은 북한 인사들이 수교가 없는 일본을 드나들 때 흔히 남미 여권 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미 여권의 경우 일본 입국 비자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안 당국은 그러나 김정남 일행이 하필이면 중남미의 소국 도미니카의 위조 여권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일본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의 위조 여권이 발각된 것은 드문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 `김정남' 일행 체포 순간
언론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김정남씨로 보이는 인사가 싱가포르발 JAL기에 탑승, 일본에 입국하려 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포착, 일행이 나리타(成田)공항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입국 심사장 주변에 관계자들을 배치, 일행 4명이 심사장을 통과하는 순간 위조여권 소지를 알리는 신호가 울리자 마자 일행을 에워싼 후 연행했다는 것이다.

체포되는 과정을 지켜본 한 일본인은 언론 취재에 대해 '일행은 남미인과는 얼굴색도 다르고 그 나라(도미니카) 말도 하지 못하면서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면서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키가 176㎝에 살이 찐 체격이었다'고 말했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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