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이후 국제 원조로 지탱해온 북한의 식량 사정은 올해도 위기상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3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르피가로는 유럽연합(EU) 고위대표단의 평양 방문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북한은 중국의 지원을 받는 군부가 주도하는 굶주린 노예상태의 국가로 전락했으며 앞으로 수개월 후면 수백만명이 아사 위협을 받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 겨울 북한 주민 대부분이 세계식량계획(WFP)이 제공하는 하루 200g도 못되는 식량 배급으로 버텼다고 전하고 올해 국제기구들이 81만t의 식량을 원조할 예정이나 최소 필요량의 4분의 1인 180만t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르피가로는 전반적인 영양 부족으로 군인들을 포함, 남자 성인들의 신장이 160㎝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지치고 청결상태도 엉망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북한에서 18개월을 지낸 독일 의사 노르베르트 폴레르첸 박사의 말을 인용, '자신의 연령에 비해 지나치게 몸집이 작은 어린이들이 저항력이 떨어져 단순한 감기에도 숨진다'고 밝히고 '내가 일했던 모든 병원에서 식량및 의료품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현지 옵서버들의 증언을 통해 의약품의 10%는 주민들에게, 10%는 군 비축용으로, 80%는 군 고위장교들및 노동당 고위 간부들에게 배당된다고 말했다.

폴레르첸 박사는 '북한에는 2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고위 장교들과 엘리트들의 세계, 나머지 하나는 일반 국민들의 세계'라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북한 군대는 '위협적이기 보다는 가련할 정도'라고 지적하고 '병사들은 몸집에 작아 어린아이 같고 노후화된 장비들은 마치 1차대전 당시 무기 목록에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판문점 인근 지역에는 소련제 구형 탱크가 남쪽을 향해 배치돼있으나 도로 사정이 엉망이라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그러나 120만 병력을 보유한 북한이 매년 13억6000만 달러를 국방비로 지출한다고 밝히고 이는 군인 1인당 연 1134달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서방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 중국이 북한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중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이상으로 양국은 군사 부문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파리=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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