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문제는 유럽연합(EU)이 북한에 끈질기게 요구해온 단골 메뉴라는 점에서 북한이 인권협상 대표단을 유럽에 파견키로 한 합의는 눈여겨 볼 대목이라는 평가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의 북-EU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EU 각국은 대북수교 과정에서 인권문제를 줄기차게 거론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3월 1일 독일은 북한과 수교하면서 ▲북한에서 활동하는 독일 외교관과 원조기관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북한측과 인권, 지역안보,군비축소,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기술 비확산 문제를 망라한 군비관리 논의 등 4개항이 포함된 외교문서에 합의한 바 있다.

EU 회원국들은 지난 95년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시작하면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고, 이에 북측이 나름대로 호응한 것은 지금까지 북한 태도에 비춰 볼때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측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주권 침해내지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페르손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보다 EU측의 인권 외교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귀를 기울임으로써 미국측의 인권공세를 무력화하고 대외원조에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향후 북한-EU간 인권협상은 현재 EU 15개 회원국 가운데 북한과의 미수교국인 프랑스와 아일랜드와의 관계 정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한의 인권 문제는 북한의 체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하루아침에 해결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유럽에 대표단을 파견, 인권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는 인권문제와 관련, 국제사회에 북한의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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