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문·방송들은 유럽연맹(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예란 페르손 총리 일행의 1박2일간의 평양 방문에 대해, 서방 정상의 첫 방북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의 동정을 신속하게 보도하고 노동신문 사설까지 게재하는 등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3일 “작년 7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때보다는 못하지만, 보도 횟수나 내용에 있어 작년 10월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의 방북 때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페르손 총리의 방북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보도매체들의 논조를 살펴보면, 우선 북한의 외교 노선이 정당함을 강조하고, 페르손 총리의 방북을 국제사회의 관계개선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노동신문은 2일 ‘조선·유럽동맹 관계의 새로운 발전’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유럽동맹 최고위급 대표단의 방문은 조선과 유럽동맹 사이의 관계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 보도매체들은 EU의 ‘자주성’을 강조, 미국의 ‘패권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데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북한 보도매체들이 “유럽동맹은 세계의 일극화(一極化·mono-polar system)를 반대하고 다극화(多極化)를 주장하고 있다”(2일 노동신문), “미 행정부의 미사일 방위체계 추진에 대해 유럽 나라들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2일 중앙방송)고 한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북한은 대내용 방송에서 페르손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을 촉구한 대목은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에 서방 기자단 75명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이들에게 고려항공 전세기를 제공하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한 기사 송고를 지원한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페르손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부시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불량배 국가’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강조하려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페르손 총리의 평양 방문을 취재하러 간 한국 기자들에게는 메인 프레스룸을 배정하지 않는 등 ‘홀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서방 기자들에게는 상당한 편의를 제공했고, 한국과 같은 규모로 8명인 일본 기자단에게도 메인 프레스룸에 공간을 배정했지만, 남측기자들은 따로 한 구석의 작은 방에 배치했고, 방송 카메라를 제외하고는 공동취재단에도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자들의 기사송고를 위해 국제전화와 10회선의 인터넷을 설치했으나 서울로는 연결되지 않아 남측 기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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