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3일 방북중인 예란 페르손 총리와의 회담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의사를 밝힘에 따라 서울 답방의 불씨가 되살아 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국의 북한정책 검토 결과에 따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평화회담을 위해 서울을 방문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북측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한번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적이 없다. 다만 최근 소강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와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서울 방문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만 있어 왔다.

중국의 탕자쉬앤(唐家璇) 외교부장은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며 서울 답방을 확신했다.

또 지난 3월 북한을 방문한 존 커 영국 외무차관은 '내가 만난 북한 사람들은 모두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김 위원장이 서울에 간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노선이 변하지 않는한 그렇게 보고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남북간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가로막는 요인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북측은 남측 민간단체와의 각종 행사와 언론을 통해 6.15공동선의 이행을 강조하고 있고 '김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공동선언 합의사항임을 감안할 때 이 문제는 지켜질 수 밖에 없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문제는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달려있다 하겠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공동발표문으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및 동북아시아의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약간의 회의(skepticism)를 갖고 있다'는 등 김위원장에 대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같은 미국의 대북 불신감을 염두에 둔 듯 김 위원장은 3일 페르손 총리와의 회담에서 답방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내걸었다.

김 대통령도 지난달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김 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미-북관계가 변수가 되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현재 진행중인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다소 희망적이라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지명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민과 미국민은 대북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김 대통령이 추진하는 접근 방법보다 더 나은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결국 포용정책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이번 페르손 총리의 방북으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대화재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현재 소강상태인 남북관계가 일정 휴식기를 지나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를 낳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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