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3년까지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를 지킬 것이라고 3일 강조한 것은 미국과의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미국에도 약속을 지켜달라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와 관련해 북한과 미국간에 합의된 문건으로는 지난 94년 10월 21일 제네바에서 채택된 북ㆍ미 기본합의문과 지난해 10월 12일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발표된 북ㆍ미 공동코뮈니케 등이 있다.

우선 김 국방위원장이 구체적으로 거론한 2003년은 제네바 합의문에 명시된 200만㎾급 경수로 완공 시기와 일치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당시 강석주 북한 외교부(현 외무성) 제1부부장과 로버트 갈루치 미국 순회대사는 제네바 합의문을 통해 '미합중국은 1994년 10월 20일부 미합중국 대통령의 담보서한에 따라 2003년까지 총 200만㎾ 발전능력의 경수로발전소들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제공하기 위한 조치들을 책임지고 취한다'고 발표했다.

북ㆍ미 양국은 이 합의문 채택 이후인 지난 96년 4월부터 미사일 회담을 시작했으며. 북한은 양국 관계의 개선에 따라 지난 99년 9월, 지난해 6월과 10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를 표명했다.

따라서 김 국방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냉각기에 접어들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상관없이 미국에게 한 약속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북ㆍ미 양측은 또 지난해 10월 `북ㆍ미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해 '기본합의문에 따르는 자기들의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기 위한 공약과 노력을 배가할 것을 확약하면서...' 등으로 제네바 합의문 이행을 약속했었다.

특히 양측은 공동 코뮈니케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은 새로운 관계 구축을 위한 또 하나의 노력으로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모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하여 미국에 통보하였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의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던 것에서 벗어나 2003년까지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선언한 김 국방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결국 북ㆍ미 관계 발전을 위해 합의를 철저히 지켜나가겠다는 동시에 미국측에도 합의 이행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그동안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이라는 전제 아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볼 때 김 국방위원장 발언에는 미국과의 대화 의지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지만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를 지킬 것'이라는 발언을 뒤집어 놓고 본다면 2004년부터는 이러한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가 효력을 잃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 일각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인 2004년까지 미사일방어(MD)체제 일부가 배치될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김 국방위원장의 이번 발언에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1일 추진을 선언한 MD체제에 대한 우려 표명과 함께 대응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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