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요란 페르손 총리는 2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간부들의 영접을 받았다.

페르손 총리가 서방 정상급 중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는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방북단에 대한 연도 환영행사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과 7월 김대중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때 김 총비서가 평양공항에서 직접 이들을 영접하고 대대적인 연도 환영행사를 벌였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페르손 총리의 방북 성격으로나 EU와 북한간 관계로 볼 때 김 총비서가 공항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북한 입장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측에서 볼 때 지난해 김 대통령의 방북은 대결ㆍ불신으로 점철됐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일대 전환의 계기였다.

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러시와의 친선협력 관계를 과거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었고 북한의 동맹국이었던 옛 소련 수준으로 복원한 기회였다.

그러나 북한과 EU의 관계는 최근 관계개선의 첫발을 내디딘 상태에 불과하며 더욱이 EU는 미국의 동맹국일 뿐 북한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EU도 페르손 총리의 이번 방북과 관련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있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위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보완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북한도 EU가 미국을 배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다.

물론 북한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제고와 경제협력을 위해 EU와의 관계정상에 힘을 쏟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계개선 차원이지 동맹국간의 관계 설정은 아닌 것이다.

만약 EU가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대북관계에서 북한을 편들어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확실한 위치에 있고 페르손 총리의 방북도 그러한 선상에서 진행된 것이라면 김 총비서의 공항영접이 충분히 가능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페르손 총리의 직책에 걸맞게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영접하는 등 북한은 서방 첫 정상급의 방북에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및 평양방송 등 북한 언론에 따르면 페르손 총리는 이날 공항에서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과 함께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또 김 상임위원장과 페르손 총리는 육.해.공군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고 분열행진을 보았으며, 이어 EU대표단을 태운 자동차 행렬은 모터사이클의 호위를 받으면서 시내로 향했다고 북한 언론은 보도했다.

북한 언론은 페르손 총리와 동행한 하비에르 솔라나 EU 공동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크리스토퍼 패튼 EU 대외관계담당 집행위원의 약력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상세히 소개했다.

이와함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페르손 총리의 방북과 관련해 `조선-유럽동맹(유럽연합) 관계의 새로운 발전'이란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는 등 EU와의 관계개선 의지를 보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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