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국가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스웨덴의 요란 페르손 총리가 2일 평양에 들어간다.

페르손 총리는 유럽연합(EU) 의장국 대표자격이다. 그는 솔라나 EU 외교안보정책 최고대표, 크리스 패튼 EU 대외관계담당 집행위원 등과 동행한다. 페르손 총리는 3일 오후 서울로 와서 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기로 돼 있어 3일 평양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도 회담을 가질 것이 확실시되지만 일정은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다.

그의 방북은 북한이 한국은 물론 미국과도 대화를 중단한 상태인데다 남북한 동시 방문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그의 방북에 앞서 지난 3월 한스 달그렌 스웨덴 외무차관이 남북한과 미국을 방문한 사실은 ‘한반도 중재자’로서 이번 페르손 총리의 역할을 눈여겨 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페르손 총리는 남북한은 물론 미·북관계에 대해서도 북한측과 폭넓은 의견교환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컨대 남·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비롯한 북한의 개혁·개방 여부, 미·북 관계에 대해서는 미사일 협상 등 대화 재개 문제 등이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페르손 총리도 방북에 앞서 지난달말 가진 기자회견에서 “EU가 주변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굳이 부인하려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남·북한, 미·북 관계가 모두 교착돼 있는 상태에서 페르손 총리가 ‘북한이 개방에 나설 경우 국제기구 등이 경제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일종의 ‘카드’를 들고 북한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으나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이 가능성을 부인했다.

문제는 북한측의 반응이다. 현재까지 페르손 총리의 방북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가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페르손 총리가 남북한간에 이용한 적이 없는 동해 항로를 통해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동하고 취재기자단을 대규모로 구성한 점 등은 이채롭다. 북한이 그를 ‘특별대우’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으로서도 페르손 총리의 방북이 미국의 정권교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대외관계에 돌파구를 여는 기회로 활용할 생각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같은 여러가지 의문점은 3일로 예정된 페르손 총리의 평양 기자회견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여 페르손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르손 총리는 3일 오후 3시30분 서울공항에 도착, 4일 오전 김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한다.
/윤정호 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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