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사업에서 현대상선이 실제로 손을 떼면 어떻게 될까.

우선 현대상선이 그동안 운항해 오던 크루즈 관광선 세 척과 쾌속선 한 척, 북한 장전항에 정박중인 해상호텔용 선박 한 척 등을 모두 철수하거나, 또는 현대아산에 임대하면서 현찰을 요구할 경우 금강산 관광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현대아산은 이미 4000억원의 자본금을 잠식한 상태라, 돈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측이 아직 ‘관광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진 생각하지 않고 있어 현대상선이 현대아산에 당장 재정적 부담을 안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도 관광선 운항 감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아산은 관광 요금만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하루 평균 300~400명 수준인 지금의 관광객 규모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측은 이미 크루즈 관광선 세 척은 다른 나라에 재임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선 관광선을 감축하면 지금보다 관광객이 더 줄어 결국 관광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남·북한 당국이 도와주지 않으면 결국 금강산 관광은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우리 정부와 현대측은 현재로선 북한측이 관광객의 숫자에 따라 관광대가를 받고, 육로관광과 관광특구 지정 등 관광 활성화 조치들을 조속히 취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측은 우리 정부에도 자금 지원이나 다른 기업의 투자 유도 등을 기대하고 있으나, 정부는 ‘정경분리’ 원칙과 국내 분위기 등을 감안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금강산 관광에 대해 그리 비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일, “북측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 달러를 한푼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뭔가 긍정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4월 24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북측 역시 관광중단 의사는 전혀 비치지 않았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의 운명은 일단 이달 초 재개될 북한과 현대 간의 관광대가 협상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인구 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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