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사퇴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물러나겠다.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 ”(3월 19일)

“10월 세계중소기업자대회는 마쳐놓고 사퇴하겠다. ”(5월 3일)

4·13 총선을 앞두고 현직을 유지한 채 민주당에 입당해 논란을 빚었던 박상희(박상희·사진) 중소기업협동조합(약칭 기협) 중앙회장이 전국구 의원에 당선된 뒤에도 ‘조기 사퇴’ 약속과 달리, 여전히 기협 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기협 산하 조합장 20여 명을 포함해 중소기업 대표 40여 명과 함께 중국 선양을 방문해 한국중소기업상품도매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어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베이징 대표부 양정모 대표를 만나 중소기업 대표단의 방북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사퇴 문제와 관련, “사실 기협 회장 겸직을 조건으로 입당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공인으로 한 약속이니 만큼 10월 말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중소기업자대회(ISBC)만 마치고 임기 전에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 대회에서 ISBC 운영위원회 의장 후보로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박 회장의 처신을 두고 기협 산하 한 조합 이사장은 “애초부터 회장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으면서 선거 직전에 쏟아진 비난만 우선 모면하기 위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반발하는 조합 이사장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협 내부에서 박 회장의 ‘차기’를 노리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박 회장의 조기 사퇴를 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 회장이 사퇴할 경우, 기협 규칙상 2개월 이내에 잔여임기를 맡을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박 회장의 임기 만료가 내년 2월이기 때문에 선거일정까지 감안하면 6~7개월짜리 회장인 셈.

박 회장도 “여러 조합 이사장들을 접촉했는데, 당장 사퇴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주장하며 “큰 일을 앞두고 대책 없이 사퇴하는 것도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박 회장 후임으로는 서병문 중앙회 부회장, 김영수 전자공업조합 이사장, 이국노 프라스틱조합 이사장, 유재필 레미콘조합 이사장, 육동창 안경테조합 이사장, 김직승 인쇄공업조합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중식기자 j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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