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30일 발표한 연례 세계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을 비롯한 쿠바, 이란, 이라크, 리비아, 수단, 시리아 등 7개국을 테러지원국으로 계속 지정했다.

북한은 이로써 지난 87년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 직후인 88년 1월 이후 14년째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됐다.
국무부의 에드먼드 헐(Edmund Hull) 반(反)테러조정관 직무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현재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그 한 부분으로 북한 테러지원국 문제의 다음 단계 조치들을 다루고, 적절한 시기에 (북한을) 다시 포용하는 입장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한 연례 세계 테러보고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은 지난 70년 일본항공(JAL)기를 북한으로 공중납치한 일본공산주의연맹의 적군파 요원들에게 피신처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며 “일부 증거들은 또한 북한이 작년 테러단체들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무기를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필리핀 정부관리들은 모로 회교해방전선(MILF)이 중동으로부터 제공받은 자금을 가지고 북한에서 무기를 구입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작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국제 테러는 총 423건으로 99년의 392건보다 8% 늘었으며 희생자는 사망 405명, 부상 791명으로 99년의 사망 233명, 부상 706명에 비해 상당수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3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14년째 계속 지정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벌써부터 예고했던 일이다. 북한은 클린턴(Clinton) 행정부 말기에 테러지원국 제외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국무부의 에드먼드 헐(Edmund Hull) 반(反)테러 조정관 직무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작년 10월 조명록(趙明祿) 북한 특사가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 전 국무장관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테러에 반대하는 국제적 노력을 지지키로 한 점에 대해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가 보고서에서 밝힌 북한의 미결 과제는 70년 일본항공(JAL)기 요도호 납치범들에 대한 계속적인 보호와 국제 테러단체에 대한 지원 등 2가지이다. 미 국무부는 특히 테러단체 지원과 관련, “일부 증거들은 북한이 테러단체들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무기를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필리핀 정부 관리들은 모로 회교해방전선(MILF)이 중동으로부터 제공받은 자금을 가지고 북한에서 무기를 구입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테러방지 국제 협약 가입과 공개적인 테러 반대선언도 요구하고 있으며, 최소한 10여명에 이르는 일본인 납치 사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지 않으면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에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꼬치꼬치 토를 달아 길다란 조건을 내미는 이유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정치적인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헐 반테러 조정관 직무대행은 이날 “우리는 현재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그 한 부분으로 북한 테러지원국 문제의 다음 단계 조치들을 다루고, 적절한 시기에 (북한을) 다시 포용하는 입장에 설 것”이라고 말해 북한과의 테러회담 재개를 시사했다.

테러회담은 핵과 미사일 회담보다는 비교적 합의도출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북 간 관계 탐색용으로 조만간 가시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작년 클린턴 행정부와 3차례 테러회담을 가졌다.
/워싱턴=주용중 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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