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김연자씨가 4월 11일 예정에 없던 함흥 공연을 가진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5~12일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참석차 북한을 방문한 가수 김연자(42)씨가 우리나라 가수로는 처음으로 김정일 국방 위원장을 만났다. 현재 일본에서 지방 순회공연 중인 김씨는 어렵게 성사된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김정일의 사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전했다.

―첫 만남은?
11일 오후 3시쯤 함경남도 함흥의 한 군부대 접견실에서 만났다. 인민복 차림에 생각보다 건강해 보였고 말투는 TV에서 보던 대로 힘차고 카랑카랑했다. 현관 앞에 서 있던 김 위원장은 손을 내밀며 20년 동안 좋아했던 가수를 비로소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을 위한 특별 공연이 있었다는데.
오후 5시부터 90분 동안 대회의장을 임시방편으로 무대로 만들어 공연했다. 객석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즉석인터뷰를 하는 등 북한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자유분방한 무대였지만 앞좌석에 앉은 김 위원장은 마치 심사위원처럼 미동도 않은 채 내 공연을 지켜봤다.

―공연 후엔?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나는 김위원장의 오른쪽에 앉았다. 내가 공연 후엔 너무 지쳐 잘 먹지 못한다고 하자 그는 천천히 먹으라며 음식을 하나하나 놓아 주기도 했다. 그가 특히 권한것은 술취한 새우 요리와 냉면이었다. 김위원장은 레드 와인을 즐겨 마셨다.

―만찬서 인상에 남는 일은?
김위원장은 농담을 잘했다. ‘녹두부침’ 같은 맛있는 음식을 남한에서는 왜 이상하게 ‘빈대떡’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 남한 가수로 혼자 초대된 이유는?
김위원장은 81년 발매된 나의 '노래의 꽃다발' 메들리를 들은 이후 열렬한 팬이 됐다고 했다. 20년 동안 내 노래를 사랑했다고도 했다.

- 우리나라 노래에 대해선?
김위원장은 북한 노래는 성악식 발성으로 통일돼 있어 남한의 트롯과 같은 창법이 그립다고 했다. 이수미의 '두고온 고향'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이 애창곡이고 '찔레꽃' '개나리처녀' 등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남쪽 가수들 노래는 곡이 너무 빨라 뭘 노래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전자음악을 대중적으로 유행시킨 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를 비판하면서 이젠 그것도 싫증났으니 생음악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 했다.

―같이 노래도 불렀나? 다음 공연 약속은?
못했다. 하지만 다음 방문 때엔 가라오케에 가서 노래를 같이 부르자고 약속했다. 내년 봄쯤 다시 방북할 계획이다.

/이경은기자 e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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