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급속히 증진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에 7000억 원대의 최신 무기를 팔기로 했다는 선데이 타임스의 보도는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재확인하기 위해 단거리 방공 시스템, SU(수호이)-27, 미그-29 전투기, 무인 프첼라(PCHELLA)-1 정찰기, 미군과 한국군의 움직임을 모니터할 수 있는 레이더 등을 북한에 제공키로 했다는 것이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러시아의 일리야 클레바노프 부총리 간에 「방산 및 군사장비 분야 협력협정」과 「2001년 군사협력에 관한 협정」이 체결된 직후 이 보도가 나왔다는 점에서 보도의 신뢰성은 상당히 높다.

우리 당국자들은 두 가지 협정이 한·러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선데이 타임스의 보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푸틴의 북한 방문에 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추진, 러시아와 북한의 두 가지 군사협력 협정 체결, 그리고 부시 행정부의 NMD체제 구축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가 중국·북한과 「3각 협력체제」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점 등 제반상황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구체화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일리야 클레바노프 러시아 부총리는 “이들 협정이 한국과의 관계를 결코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과거 북한에 제공했던 무기를 현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선데이 타임스의 보도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주민은 굶어죽어가고 있는데도 무기증강에 여념이 없는 김정일 정권의 속성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권력만 유지하겠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아무리 권력유지가 중요하다 해도 상식적으로 보면 백성의 목숨부터 살리는 것이 우선인데도 북한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북한이 그 많은 무기 살 돈을 어디서 조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경제는 피폐할대로 피폐하고 대외무역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외화수입원은 금강산 관광 등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남한이 북한의 무기구입자금을 지원하는 결과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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