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 지속·중단 여부가 결국 남북한 당국의 손으로 넘겨졌다.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은 30일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현대상선의 요청을 받아들여 앞으로 현대아산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몽헌 회장 등 현대 수뇌부에서 금강산 사업을 둘러싼 현대 계열사간 내부 교통정리를 일단락 지은 것이다. 금강산사업의 양대 축으로서 관광객 모집과 유람선 운항을 담당해온 상선이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사실상 사업 종결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별도의 수익기반이 없는 현대아산 혼자힘으로는 적자 사업을 계속할 능력이 없기 때문. 현대아산은 현대상선과 현대건설·현대중공업 등 현대 계열사가 수 차례의 증자를 통해 조성한 자본금 4500억원을 이미 전액 잠식한 상태이다. 현대아산의 지금 형편으로는 현대상선으로부터 관광선을 임대할 자금조차 마련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런데도 현대가 ‘관광사업 중단’을 공식 선언하지 않고 있는 것은 남북한 당국에 ‘숙제’를 떠넘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도 “관광대가 인하와 육로관광 실현, 금강산·개성에 대한 경제특구 지정 등 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는 현안을 남북 당국이 해결해줘야 현대아산이 외자유치 등을 통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으로 말하면 관광 활성화 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사장이 밝힌 세 가지 전제조건은 어느 한 가지도 해결하기가 만만찮은 문제다. 금강산관광사업 대북지불금은 매월 1200만달러씩 지급하던 것을 최근 600만달러로 낮췄으나, 암묵적인 합의일 뿐 북측으로부터 확약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3~4월분은 한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육로관광 실현도 당국간 합의를 하더라도 도로 연결 등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하는 문제다. 경제특구 지정은 북한이 법률을 정비해야 하는 문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윤규 사장은 현대상선이 손을 떼는 시점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더이상 손실을 볼 수 없다는 상선의 입장이 완강해 그리 길게 갈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 조중식기자 j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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