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에 대한 사상교양과 체제선전을 총괄하고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의 최춘황 전 제1부부장이 한단계 아래 직책인 부부장으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 및 평양방송 등은 지난 26일과 27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 소식을 28일 전하면서 이 대회에서 보고를 한 최 전 제1부부장을 부부장으로 호칭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당 선전선동부 정하철 부장과 부부장들, 각지 공장ㆍ기업소ㆍ협동농장과 과학ㆍ교육ㆍ문화ㆍ보건 등 여러 부문의 당 초급선전일꾼들, 중앙 및 도, 시ㆍ군당 선전부문 간부들이 참석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최 전 제1부부장은 현재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 전 제1부부장이 부부장으로 기용된 것은 강등 성격이 아니라 당중앙위원회 비서가 부장을 겸임하는 부서에만 제1부부장을 둔다는 노동당내 인사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노동당내 부서 중 비서가 부장을 겸임하는 경우 대체로 제1부부장 직책을 두고 있지만 비서와 부장 직책이 각각 독립돼 있는 부서에는 제1부부장직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최 부부장의 전보도 이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 7월 당 선전선동부장을 겸임하고 있던 김기남 비서가 부장직을 정하철 전 중앙방송위원장에게 넘겨주면서 선전담당 비서직과 부장직이 각각 독립됐다'며 '이에 따라 이 부서의 제1부부장 자리가 아예 없어지고 최춘황도 부부장으로 물러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당내 부서 중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조직비서 겸 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조직지도부에는 문성술ㆍ염기순ㆍ리용철ㆍ장성택 등 4명의 제1부부장이, 김용순 대남사업 담당 비서가 부장을 겸임하는 통일전선부에는 림동옥 제1부부장이, 전병호 군수공업 담당 비서가 부장을 맡고 있는 군수공업부에는 주규창 제1부부장이 각각 활동하고 있다.

반면 국제부, 재정경리부, 근로단체사업부 등 비서와 부장 직책이 각각 구분돼 있는 부서에는 제1부부장 직책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언론을 살펴봐도 최 부부장이 제1부부장 직함을 사용한 것은 지난해 6월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 오찬에 참석했으며 같은달 21일 김 총비서의 평북 영변ㆍ박천견직공장 현지지도에 이어 23일 제604군부대 군인가족 예술소조공연 관람에 제1부부장 직함을 갖고 동석했다.

이후 한번도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던 그가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부부장 직함을 갖고 나타난 사실은 지난해 7월 정하철 부장의 임명 때 부부장으로 물러났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짐작케 한다.

최 부부장이 제1부부장 직책을 내놓은 만큼 김 총비서의 측근그룹에서 어느 정도 멀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당 선전선동부 내에서는 여전히 부장 다음의 실력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하철 부장이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서 김 총비서의 서한을 전달하고 최 부부장이 대회 보고를 한 사실은 이같은 분석을 낳게 하고 있다. 회의 성격상 보고는 부장 아니면 부장 다음의 실력자가 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현재 당 선전선동부에는 권혁봉, 최익규(최상근) 등 5∼6명의 부부장이 근무하고 있다.

한편 60세 초반인 최 부부장은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를 졸업하고 이 대학 교수로 잠시 근무하다가 당 조직지도부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 부서에서 지도원, 부과장을 거쳐 10여년간 과장으로 일했다.

90년대 초반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임명된 그는 95년 제1부부장으로 전격 승진했는데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성역화작업을 책임지고 성공적으로 끝낸 공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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