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 등이 들어 있다.

`어린이 날'은 공휴일로 어린이를 위한 각종 행사가 벌어지고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선물을 주며 함께 외식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어버이 날'에는 자녀들이 낳아 키워준 부모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선물이나 용돈을 드리는 것이 하나의 풍토로 돼 있다.

그러면 북한에도 어린이 날이나 어버이 날이 있을까? 이같은 날이 있다면 이날 선물이나 용돈을 주고 받는 문화가 있을까?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 `어린이 날'은 있어도 `어버이 날'은 없다. 그래서 남한에서 말하는 `가정의 달'도 없다.

북한의 `어린이 날'은 6월 1일과 같은달 6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어린이 날이란 명칭을 따로 사용하지 않으며 대신 1950년 `국제민주여성동맹이사회'가 제정한 `국제아동절'인 6월1일을 유치원 이하 어린이의 날로,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을 고등중학교 3학년 이하 학생들의 명절로 각각 즐기고 있다.

그 중 소년단 창립일은 각종 정치행사가 주를 이뤄 `어린이 날'이라고 지칭하기에 사실상 어울리지 않지만 국제아동절은 나름대로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벌어지진다.

매년 이날이면 긱지 탁아소와 유치원이나 인근 공원 또는 경치좋은 곳에서 문화.체육.오락을 중심으로 어린이들만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어린이들은 이날이면 며칠전부터 준비해온 노래와 춤, 기악, 화술 등 다양한 예술소품을 무대에 올리며 반별로 달리기, 자전거타기, 줄다리기 등 운동회도 개최한다. 운동회에서 이긴 팀은 장난감과 그림책 등을 상품으로 받는다.

탁아소ㆍ유치원은 또 자체적으로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이날은 비록 공휴일이 아니지만 적지 않은 부모들이 휴가나 조퇴를 받아 자녀들 의 행사를 지켜보며 함께 즐기고 있다.

특히 부모들은 자녀의 담임 보모나 교사에게 맛있는 도시락을 대접하며 여유가 있는 일부 주민들은 스카프, 스타킹 같은 소박한 선물을 건네기도 한다.

어린이 날이면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선물을 주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거나 용돈을 주는 남한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북한에서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선물하는 경우는 많아도 학용품을 사거나 학교에서 필요로 할 때를 제외하고는 자녀들에게 따로 용돈을 주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자녀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써야 할 경우 부모들이 용도를 묻고 주기도 하지만 남한처럼 매달 용돈을 챙겨주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용돈이란 말 자체를 쓰지 않는다.

남한처럼 돈이 없어서 필요한 물건을 사지 못한다거나 문화생활 등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나 시설 부족 등으로 돈이 있어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남한 어린이들처럼 용돈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물건을 사고 남은 돈을 비롯해 부모로부터 받은 돈으로는 주로 장마당에 가서 개별적으로 음식을 사먹거나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마련해 먹는데 쓰곤 했다고 탈북 학생 이근혁(20)군은 말했다.

그는 또 90년대 중반 들어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부모로부터 전혀 돈을 받지 않고 스스로 용돈을 마련하는 바람이 불었다면서 번 돈으로 식구들의 식량을 보태고 일부는 개별적으로 장마당에서 음식을 사먹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 북한 사람들은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릴까.

탈북자들은 북한에 어버이 날이 비록 없지만 자녀들이 부모님에게 선물이나 용돈을 드리는 풍토는 일반화 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북한 사람들은 부모님의 생일이나 양력설 등 명절에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의류, 식료품 등을 자주 선물하고 용돈도 드린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극심한 생활난으로 예전처럼 부모에게 용돈이나 물건을 챙겨드리는 것은 고사하고 제 입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졌지만 주민들은 조금만 생활형편이 나아져도 부모를 챙겨드려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또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는 결혼한 자녀가 시부모든, 친정부모든 함께 사는 경우 대부분 월급을 부모님에게 맡기고 필요한 만큼 타서 쓴다고 전했다.

물론 경제권을 쥐고 있는 일부 자녀들의 경우 월급을 자신이 관리하면서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기도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직장에 다니는 자녀가 미혼일 경우에도 부모와 함께 살 때에는 부모님에게 월급을 드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한편 북한에는 `스승의 날' 역시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평소 제자들이 스승을 찾아 감사를 표시하는 모습도 거의 볼 수 없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