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월 7일부터 11일까지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개발은행(ADB) 연례총회를 참관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비자 발급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또 우리 정부는 이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 경제관리들에 대한 비자를 발급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무위에 그쳐 미·북(美北) 관계는 물론, 한·미(韓美) 관계도 다소 불편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이번 비자 발급 요청에 대해 “북한이 미국 국내법에 의한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열리는 ADB총회에 북한 관리가 참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 근거로 미국의 국제금융기관법 등의 법 규정을 내세웠다고 한다.

미국의 국제금융기관법은 IMF(국제통화기금), ADB 등의 국제금융기관이 테러지원국에 대한 차관을 제공하거나 기타 지원을 하려 할 경우 미국측 집행이사가 이에 반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작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ADB 연례총회에서도 미국은 북한이 테러 지원국이라는 이유로 북한의 ADB 가입을 반대했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뉴욕의 유엔본부에 있는 북한 대표부를 통해 “불쾌하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미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래,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ADB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적극 지지해왔다. 작년 태국 ADB 연차총회에 참석한 이헌재(李憲宰)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ADB를 비롯한 국제기구가 북한의 국제금융사회 참여를 돕기 위한 방법을 적극 추진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답답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으며, 다른 당국자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정책 검토를 진행중이기 때문에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와이주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는 ADB 총회에는 회원국의 재정·경제 관련 장관 약 60명이 참석하며, 북한의 ADB 가입도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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