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개발계획(UNDP)의 평양 주재 대표인 데이비드 모튼(54)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이를 통해 평양의 국제기구에서는 이메일 사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모튼씨는 UNDP의 이메일 계정을 사용했다. 서울과 평양 사이에 이메일 언론 인터뷰가 이루어지기는 처음이다.



◇ 평양 만수동에 위치한 세계식량계획 평양사무소 앞에 서 있는 데이비드 모튼 씨.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데 어느 정도 심각한가?

“북한은 지난해 봄가뭄으로 인한 곡물 수확 저조로 지난 97년 이래 사실상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수확한 곡물은 지난 1월에 바닥났고 현재 남한에서 지원한 식량으로 하루 200g씩 배급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5월 말이면 소진될지 모른다. 이미 몇몇 군에선 ‘대체식량’ 생산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체식량은 허약한 주민들, 특히 노인들과 어린이들에게 소화계통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가장 고통을 겪을 사람들은 큰 공업 도시들, 특히 공장들이 완전 가동되지 않고 있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지원 식량이 군용으로 전용된다는 의혹이 있는데 실상은 어떤가?

“지원 식량의 많은 양이 군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인들은 쌀을 좋아하는데 북한에는 그들에게 제공할 충분한 쌀이 있다. 지원 식량은 대개 옥수수와 밀가루 형태로 제공되는데 이는 그다지 인기가 없어 대체로 당초 의도한 지원 대상 주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의 수혜자들인 어린이들의 건강이 1997년 이후 ‘드라마틱하게’ 향상된 것을 보면 지원 식량이 그들에게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주민들이 세계식량계획의 지원 식량을 받는가?

“(북한의 일반) 성인들은 자신들이 지원 식량을 받지 못하는데 이는 필시 지원 식량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불평하고 있다. 그러나 임산부들이나 고령자 또는 근로자들이 아니면 어떠한 성인도 지원 식량을 받지 못한다. 세계식량계획은 각 군 단위 차원에서 실시하는 대규모 식량획득근로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은 여기에 참가해 노동의 대가로 지원 식량을 받는다. 그같은 사업은 주로 관개 체계 수리, 강 제방 수리, 홍수로 훼손된 논밭 복구 등이다.”

―지원 식량이 이들 주민들에게 전달되는지 어떻게 확인하고 있나?

“매달 250~300회 감독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임의 방문이나 (특정 지역을 선정해) 무작위로 체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우리는 이런 제한들이 불만스럽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해까지 46명이었던 북한 내 주재 인력을 올해 56명으로 늘렸다. 현재 우리는 북한의 총 211개 군 중 167개 군을 방문할 수 있고 방문이 가능한 지역에만 지원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과 유엔개발계획이 북한에서 하는 일은 어떻게 다른가?

“1995년 이후 세계식량계획은 북한에 대한 조속한 식량 지원 필요성을 알려왔다. 이 기구는 남한의 지원을 포함한 국제 지원 식량을 주로 보육원, 유치원, 고아원, 인민학교, 고등중학교, 소아과 병원에 있는 7개월부터 16세까지의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유엔개발계획은 농업 회복 프로그램들과 환경 보호를 위한 중기 노력들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식량 생산이 이들 수단을 통해 증가될 수 있다면 미래에는 지원 식량이 덜 필요해질 것이다. 그래서 유엔개발계획의 역할은 세계식량계획의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것이다.”

- 의료 문제도 심각하다는데 어느 정도인가?

“의약품과 의료 장비의 부족에다 연료 부족 등으로 인해 위생 실태가 악화되고 있다. 정수용 화학 약품의 부족, 낡은 배관과 펌프 그리고 전기펌프 작동에 필요한 전력 부족 등으로 물 공급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허약해진 사람들이 오염된 물을 마실 경우 건강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은 동시에 알려져야만 한다. 문제는 식량 지원에는 관대한 기증자들이 수자원 정화와 위생 프로그램 향상을 지원하는 데는 덜 관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북한은 농업 국가라기보다 공업 국가이다. 농경지가 부족하고 경작 기간이 짧다. 그러므로 북한이 지속적으로 식량을 자급자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으로선 (농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비료공장과, 관개에 필요한 전기펌프를 가동하기 위한 에너지와 함께 비료와 수확물을 운송하기 위한 연료도 필요하다. 또한 원자재를 수입하는 데 드는 외환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공업 부문의 회복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인도적인 지원의 필요성은 계속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가?

“지난해 역사적인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선 낙관주의 분위기와 긴장 이완을 느낄 수 있다. 정상회담 이후 수교하는 국가들이 증가하면서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 사절단이 증가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수 프로그램을 위해 해외를 여행하고 있다. 여기(평양)에 있는 국제기구들로서는 (북한)정부의 담당자들과 의미 있는 대화와 토론을 가지는 것이 보다 쉬워졌다.”

▶데이비드 모튼 WFP 평양사무소장 인터뷰 원문보기

/이교관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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