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02월드컵 4강에 오를거라고요?” 상파울루주(주) 축구협회에서 만난 마리우 자갈로(69) 전 브라질대표팀 감독은 ‘한국축구의 2002 월드컵 전망’에 고개부터 흔들었다.

2006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작년 12월 방한했을 때 “주최국의 이점을 살린다면 한국도 4강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베켄바우어(독일)의 덕담에 젖어 있던 기자는 보기 좋게 한방 먹었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먼저 그 나라 축구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는 그런 문화가 없다. ” 베켄바우어와 함께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에서 우승한 ‘딱 두 사람’ 중 한 명인 자갈로 감독의 말은 냉정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축구로 화제를 삼고, 주말 경기관전을 가장 중요한 생활계획으로 삼을 만큼 관심과 애정이 없이는 안된다는 말이었다.

자갈로는 “그런 축구문화와 함께,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스타로 키우는 명문 클럽팀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세계 수준의 축구는 불가능하다”고 다시 일침을 놓았다. 북한이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올랐고, 한국이 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5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고 해도 그런 밑바탕이 없이는 ‘코리아 사커’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었다.

97년 브라질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자갈로는 “한국대표팀이 격렬한 맨투맨 수비를 구사해 상대하기 거북한 팀이지만 전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도자가 해외 축구의 흐름을 꾸준히 파악하고 한국 특유의 팀 전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진 축구의 급속한 변화를 따라잡지 않고는 축구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지난 74년 독일월드컵 이래 브라질 축구와 유럽 축구가 상대의 장점을 흡수해 축구전술이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우승은 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팀에 돌아갔다.

자갈로는 “한국이 2002 월드컵을 통해 근본적으로 환경을 바꾼다면 축구강국이 될 기회는 있다”는 다소 위안이 되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끝〉

/haksoo@chosun.com

자갈로 약력

▲1931년 브라질 출생

▲스웨덴(58년)-칠레(62년)월드컵 브라질 대표로 출전, 우승

▲67년 브라질 대표팀 감독 취임

▲멕시코월드컵(70년) 우승 감독, 독일월드컵(74년) 4강 감독

▲플라멩구, 바스코 다 가마 등 브라질 프로팀 감독

▲70~80년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UAE 대표팀 감독

▲미국월드컵(94) 우승 기술고문

▲프랑스월드컵(98년) 준우승 감독

▲A매치(국가대표간 경기) 통산 99승으로 최다승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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