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절'로 일컬어지는 국제노동자절은 북한의 노동자들에게 편안하고 부담없는 가정의 날이다.

국제노동자절을 기해 세계 각국에서 근로조건의 개선 요구 등이 부쩍 거세지는 속에서도 북한의 노동자들은 `5.1절'을 가장 가정적이고 순수한 명절로 받아들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북한 생활에서 가장 즐겁고 인상 깊었던 명절은 `5.1절'이었다. 이 날은 남한의 `설'만큼이나 가정적인 분위기였다'고 추억하곤 한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4.15)이나 정권 수립일(9.9), 노동당 창건일(10.10) 등은 국가적 행사로 거창하게 치러지지만 분주했던 4월의 명절을 뒤로 한 `5.1절'은 '정치적 색채가 적고 부담도 없는 즐거운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평양시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공장ㆍ기업소에는 `전세계 노동자들의 국제적 명절 5.1절 만세' 등의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노동자들의 노고 치하차 나온 당ㆍ정 간부들과 함께 하는 체육대회가 진행되기도 하며 피바다가극단, 국립민족예술단, 평양교예단의 공연과 축제 등이 열린다.

특정 공장ㆍ기업소에서는 중앙보고대회 등 `5.1절'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조선중앙텔레비전 등 언론매체들은 `강성대국 건설'에서 새로운 성과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따사로운 햇볕을 가족들과 즐기기 위해 들놀이에 나서는 등 가정적인 아버지ㆍ어머니로 돌아와 자녀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고 탈북자들은 설명한다.

평양시의 경우 모란봉, 대동강, 보통강, 릉라도, 량각도, 대성산유원지, 만경대유희장에는 음식을 싸온 노동자들로 북적거리며 지방 각지의 유명 명소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남한의 놀이동산과 비슷한 대성산유원지나 만경대유희장은 아이들의 즐거움으로 들썩이는가 하면 대동강이나 보통강 등 하천에는 보트나 물오리배 등을 타는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점심 때면 그늘지고 꽃내음이 향긋한 잔디밭 곳곳에서는 온 가족이 음식을 펴놓고 둘러앉아 단란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5.1절에는 `특별배급'이 없기 때문에 일부 가정에서는 김 주석 생일 때 받은 쌀과 술, 고기, 과자 등을 보름 동안 남겨놨다가 먹음직스러운 들놀이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유원지나 하천 등지에는 사진사의 주문에 맞춰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온갖 포즈를 취하는 단란한 가족들도 있다.

일부 탈북자들은 5월 초부터 시작되는 3개월 가량의 농촌지원활동에 고등중학교 학생과 노동자들이 대부분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부담 때문에 5.1절이 더 즐거웠는지 모른다'고 회고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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