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극비리에 보유중이던 화학무기를 폐기 처분하고 있는 것은 지난 97년 가입한 화학무기 금지협약(CWC)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화학무기 보유 및 폐기공장 가동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됨에 따라 국내외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화학무기 금지협약은 ‘가난한 자의 핵무기’로 불리는 화학무기를 지구상에서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협약. 현재 전세계 172개국이 가입해 있으나 북한은 미가입국이다.

군 당국은 지난해 10월 충북 영동군 모 군부대내에 폐기 공장을 비밀리에 건설, 화학전문 요원 등 대대급 병력으로 폐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폐기 공장은 시간당 최고 160~300kg의 화학 무기를 소각할 수 있는 소각로 2개와 정제 및 파쇄 시설, 폐유저장 시설, 보관창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 군이 보유중인 화학무기의 종류와 수량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켜 살상(살상)하는 신경작용제를 비롯, ▲눈과 피부를 손상하는 수포작용제 ▲혈액작용제 ▲구토작용제 등의 화학작용제를 포탄과 로켓 등을 통해 운반토록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화학무기 자체의 안전성과 폐기 과정에서의 환경오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에선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상시엔 독성이 없는 2개의 화학작용제로 나뉘어 있다가 발사 직후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무기 효과를 내도록 한 이원화(이원화)탄이기 때문에 평소엔 유독물질 누출 사고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또 환경부 전문가를 통해 폐기 공장 외곽지역에서 대기, 수질, 토양 오염도를 조사토록 했으나 아직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당국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환경오염 논란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폐기시설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북한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보유한 세계 3위의 화학무기 강국으로 한·미 양국군은 북한의 화학무기 공격 대비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 한 군사 전문가는 “우리 화학 무기 폐기를 계기로 북한도 화학금지 협약에 가입토록 보다 적극적으로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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