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회의론' 언급 않고
'햇볕·협상론' 부쩍 강조

미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James Kelly) 동아태담당 차관보 지명자의 26일 상원 인준청문회 발언은 지금까지 부시 행정부 고위인사들의 대북정책에 대한 언급 중 가장 유화적이었다.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을 높이 평가했고, 북한과의 협상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북간 제네바 기본합의에 대해서도 ‘당사국들 간 합의를 전제로 수정을 모색해 나가되 그 골격은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부시(Bush) 대통령과 파월(Powell) 국무장관이 즐겨쓰던 ‘회의(懷疑)’나 ‘철저한 검증’이란 단어는 들리지 않았다.

한반도 정책 실무 책임자가 될 그의 이 같은 발언은 관계부처들이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부시 행정부도 결국 대북 포용 노선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에 설득력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아직 대북 강경·온건론이 갈리고 있어 재검토 작업이 끝나야 구체적인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상원의원들과 켈리 지명자 간의 질의·응답 중요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 크레이그 토머스 의원(공화)=페리 프로세스와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켈리 지명자=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을 미국이 강하게 지지한다고 믿고 있고 나도 지지하고 있다. 확고한 한·미동맹은 그간 남북관계 발전의 토대였다. 북한에 대한 우려는 매우 열악한 경제의 50%가 군사력 증강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에는 모든 선택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 이 작업은 매우 정력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결국 북한과의 접촉과 협상은 배제되지 않았다. 한·미·일 3자공조체제는 이미 새로 구축됐으며 내가 인준된다면 공조체제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은 벌써 진행을 시작했으며, 올해의 첫 번째 지원분이 행정부에 의해 승인됐다.

◆ 빌 넬슨 의원(민주)=김 대통령이 자신의 평화 주도에 대한 북한의 수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 켈리 지명자=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해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이해관계는 우리의 이해관계보다 훨씬 더 크다. 우리는 그들의 견해가 무엇인지 매우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한국을 몇 차례 방문했을 때 (한국에) 다른 의견들이 많았지만 북한을 포용하는 것에 관해서는 매우 강한 느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나 미국인들이 북한과 같은 매우 열악한 국가를 접근하는 데 있어서 김 대통령이 추구하는 방안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갖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 존 케리 의원(민주)=북한 미사일의 위협수준과 그들의 의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켈리 지명자=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생산·개발·수출하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북한 미사일을 억제하고 최소화하는 데 미국과 동맹국의 중요한 이익이 걸려 있다.

◆ 존 케리 의원=클린턴(Clinton) 행정부가 마련한 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지지하는가?

◆ 켈리 지명자=제네바 기본합의는 북한 원자로에서 핵물질을 봉인하는 데 성공적으로 기능해왔다. 대북정책 재검토작업 과정에서 제네바 기본합의가 뒤집어지리라고 예상하지는 않으며, 우리는 대체적으로 그 길을 따라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선 우리의 동맹국들과, 그 이후 북한과의 논의를 위한 대안들이 현재 진행 중인 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고려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 존 케리 의원=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이 언제쯤 끝날 것으로 보는가?

◆ 켈리 지명자=매우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임이 계속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3개 또는 4개의 방면에서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여기듯이 느리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부는 한반도 정책 재검토의 모든 가능한 대안들에 대한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데 매우 진지하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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