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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칼럼] '북한가는 길' 미· 일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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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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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통일이 독일민족의 염원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미국·소련 등 관련 강대국의 합의로 가능했던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국의 사정이 독일과 똑같지는 않지만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로 볼 때 한국의 통일 역시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많은 본보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통일, 작게는 남북의 관계개선은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의 협조와 기여에 크게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때 순풍을 맞은 듯했던 김대중 정권의 「북한으로 가는 길」은 미국과 일본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역풍을 맞을 공산이 커졌다. 미국에 부시의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 이 정권의 대북러시에 회의를 제기하며 브레이크를 걸더니 이제는 일본에 이념적으로 우 편향된 고이즈미 내각이 탄생해 「일본의 목소리」를 내겠다며 일본의 대외정책에 만만치 않은 강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내각의 성향으로 볼 때 북한당국의 일본인 납치와 북송일본인 문제에 어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한,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이즈미 내각은 5월 하순으로 예정됐던 리펑(李鵬) 중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총통의 방일,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세이프 가드」조치 발동에 항의해 일본 공식방문 일정을 취소하자 「안 온다면 할 수 없지」 하는 식으로 냉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 새 정부의 성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미국과 일본의 새 정부를 상대로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힘겨운 씨름을 해야 할 판이다. 임기말에 들어서면서 남북화해 되살리기에 막바지 힘을 쏟고 있는 김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과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선 북한을 햇볕정책의 틀 속에 묶어두기 위해서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필수적인데 독자적인 대북지원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김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금융지원과 일본의 「돈」을 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에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 등의 돈이 지원되려면 이들 은행의 대주주인 미국의 OK가 있어야 하고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부시 행정부가 그렇게 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일본의 자금도 필수적이다. 특히 일본과 북한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북한에 지급될 청구권 자금은 북한경제의 중요한 젖줄이 될 수 있다. 또 일본기업의 대북진출을 통한 경제협력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정부가 교과서 왜곡이나 기타 다른 한·일 갈등요인에서 되도록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고, 또 한·일 문화교류의 개방 등 파트너십 형성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기실 일본과의 관계를 좋게 끌고가 일본을 DJ의 대북정책에 동참시키려는 고려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이즈미 신임총리의 등장과 이를 가능케 한 「일본주의」 기운은 이런 김 대통령의 생각이나 기대와는 달리 북·일관계를 어렵게 끌고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유럽국가들을 끌어들이려 하지만 유럽국가들에게는 「돈」도 영향력도 없다.

북한이 이런 사정을 잘 읽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근자에 와서 남한 당국과의 대화를 기피하고 대신 민간레벨의 협력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은 이제 남한정부로부터 『더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최근 북한을 다녀온 한 민간인은 전했다. 김종필씨마저도 『김정일이 와봐야 줄 것도 얻을 것도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북사업에 앞장선 「현대」가 무참히 결딴나는 것을 본 남한의 다른 대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만 보면서 북한진출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여러 대내외적 상황에서 김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참으로 난감한 문제이다. 남북화해와 통일의 기반조성을 정치일생의 최대 목표로 삼은 그의 「북한으로 가는 길」은 지금 최대의 난관에 부딪혀 있는 셈이다.

한 가지 고언(苦言)하고 싶은 것은 막힌 골목에서 오래 시간낭비하기보다는 제2의 목표, 예컨대 경제살리기 같은 쪽으로 머리를 돌리는 것이 매우 유용하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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