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자금난과 관광객 감소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지난 24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김용순 북한 아태평화위원장간의 회담에도 불구하고 쉽게 호전되긴 어려울 것같다.

정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 등과 만나 관광대가 조정과 육로관광과 관광특구 지정 등 관광 활성화 방안에 대해 담판을 벌이려 했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방북일정이 3박4일이었으나 1박2일로 끝났으며, 구체적인 합의서도 작성하지 못했다. 당초 기대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다만 현대측은 관광대가를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북측이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이다. 정 회장을 수행했던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북측과 육로관광을 위한 남북간 도로와 철도 연결공사 시기를 앞당기는 문제를 심도있게 협의하고, 관광대가를 관광객 수에 따라 지불하는 방안도 충분히 협의했다”면서 “다음 주에 다시 만나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27일, 다음 달 1일부터 15일간 운항될 관광선 28편 중 12편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이번 달에도 10편을 줄였었다. 하루 300~400명 수준인 현재의 수입으로는 북한에 대한 대가지급은 고사하고 관광선 임대료와 운영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상선측은 “다음 달 하순부터는 정상적인 운항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으나 적자폭이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같다는게 업계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현대와 북한간 협상 타결이 우선’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7일, “현대와 북한간의 협상에 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협상 결과를 기다린다는 정부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지노와 면세점 승인 등도 현대와 북한간 협상이 타결돼, 관광이 활성화될 조짐이 보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적자 폭이 심화되고, 북한과의 협상도 장기화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을 것같다. 포용정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정부로서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 이광회기자 santafe@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