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모란봉에 소풍나온 시민들. 모란봉은 서울의 남산과 비교될 수 있는 평양시민의 휴식공간이다. 봄에는 살구꽃, 벚꽃, 진달래꽃 등이 산을 뒤덮는다.


삶의 여유가 없는 북한주민들일지라도 길가에 활짝 핀 꽃들을 보면 마음만이라도 밝아진다.

평양시민들은 봄 명절인 4.15 (김일성생일) 5.1(국제노동자절)이 되면 온가족이 도시락을 준비해 평양 모란봉이나 만경대, 대성산유원지로 소풍간다.

가까운 곳을 택하는 사람들은 대동강 유보도로 향한다.

아름다운 갖가지 꽃들로 만발한 모란봉에는 봄향취를 느끼려고 몰려든 평양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남한처럼 ‘꽃구경 간다’라는 말은 없지만 모란봉으로 향하는 도로변에는 살구꽃이 만발해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데이트하는 젊은이들, 가족끼리 소풍나온 사람들로 특히 5.1절은 평양유원지 어디에 가도 사람들로 북적된다. 모란봉기슭에는 자리가 없어 길바닥에까지 돗자리를 편다.

평양에 비해 지방사람들에게는 봄이 그다지 흥겹지 않다. 함흥이나 청진, 신의주와 같은 대도시에는 그래도 학생들이 소풍가거나 봄놀이를 즐기지만 평양에 비할 바는 아니다. 어디 놀러갈 만한 공간도 없고, 먹을 것도 부족한데다 농촌동원을 비롯한 어려운 일이 몰리는 시골은 봄이 오히려 힘든 계절이다.

남한에서 벚꽃구경이 유명하다면 북쪽은 살구꽃이고, 남한에 진해가 있다면 북한은 회령이다.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이 태어났다는 회령에는 백살구 과수원이 유명하다. 살구꽃으로 뒤덮힌 회령땅은 꽃천지가 된다. 살구꽃을 보러 일부러 회령을 찾는 사람은 드물지만 이때 김정숙 유적지 답사를 하게 되면 대단한 행운이다. 회령외에도 큰도로에 살구나무가 심어져 봄이되면 거리가 살구꽃으로 뒤덮히는 도시들이 많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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