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화촉을 밝힌 북한의 마라톤 여왕 정성옥(27)과 그의 남편이자 마라토너 김중원(28)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조선신보에 실려 눈길을 끌고있다.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최근호(4.23)는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제14차 `만경대상 국제마라손경기대회'에서 우승한 김중원과 그를 응원하러 나왔던 정성옥을 인터뷰한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정성옥과 김중원의 첫 만남은 애틀랜타올림픽을 1년여 앞둔 지난 95년 함께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면서 이뤄졌다.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큰 성과 없이 북한으로 돌아온 김중원은 정성옥에게 훈련을 열심히 해 다음번에는 꼭 금메달을 따자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했고 이것이 정성옥의 마음을 크게 사로잡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들은 서로 힘과 용기를 주면서 훈련에 전념했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몇년간 계속된 이들의 사랑은 이미 비밀이 아니어서 육상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됐다.

정성옥이 스페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떠나기 전날, 김중원은 자신의 아끼던 손목시계를 정성옥에게 채워주며 '경기할 때 이 시계를 보면서 조국을 생각하고 애인의 모습도 그려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성옥은 해볕 내려쬐는 세비야의 거리를 달리면서 힘들 때마다 손목에 찬 애인의 시계를 보고 애인의 말을 떠올렸고 마침내 우승의 테이프를 끊었다.

정성옥이 승전고를 울리며 귀국했으나 이때부터 두사람의 마음고생은 시작됐다.

정성옥이 일약 전 국민이 다 아는 대스타로 떠오르면서 주변에서 이들의 사랑을 두고 여러 말들을 만들어 낸것이다.

특히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받았는데. 결국 정성옥은 더 높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까' 등으로 이들의 사랑이 과연 결실을 맺을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성옥은 체육인으로는 처음 `공화국영웅'칭호를 받았고 지난해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에 보선됐다. 북한 당국은 정성옥의 우승을 `제2의 인공위성' 발사에 비유하면서 `정성옥 선 수의 투쟁정신 따라배우기'를 전사회적인 운동으로 전개했고 지난해 1월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경기 우승을 기념하는 주화도 제작했다.

김중원이 지난 98년과 99년 베이징(北京) 및 마카오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북한 마라톤의 기둥이긴 하지만 영웅으로 급부상한 정성옥과 비교가 안되는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들 두사람은 묵묵히 사랑을 지켜갔다.

정성옥은 그때 일을 돌이켜 보며 조선신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는 소리에 반론을 해도 소용이 없잖아요. 우린 이기적인 목적에서 가까워진 사람들이 아니예요.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에 맺어진 사람들이지요. 그러니 그 사랑은 변치 않는 거예요. 우린 경기실적을 가지고 그것을 증명하려 했어요.' 드디어 이들이 결혼하던 지난달 21일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는 이들 신혼부부에게 결혼상을 선물했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 결혼식을 올린 뒤 김중원은 곧바로 합숙에 들어갔다.

만경대상 국제마라톤경기대회 출전을 위한 훈련이 마감단계에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2등을 한 것에 대해 절치부심,이번 대회서는 반드시 우승으로 보상받고 싶어했다.

그러한 열정과 노력은 마침내 훌륭한 결실을 보게 돼 김중원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중원은 정성옥이 스페인대회에서 돌아온 이후 지난 2년간 자신을 물심량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은근히 조선신보 기자에게 자랑을 늘어 놓기도 했다.

이번 국제마라톤경기 때에도 정성옥은 승용차를 타고 평양의 거리를 달리는 남편의 뒤를 따라가면서 '힘 내라요. 빨리 뛰라요'라고 외쳤다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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