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측근들에게 선물한 고급 승용차. 김정일 생일(2월 16일)을 의미하는 '2·16-' 번호판이 붙어 있어 그가 선물한 차량임을 보여준다. /후지모토 겐지·'김정일의 요리사'

김정일은 군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선물을 자주 준다. 절대 권력자다운 행동이다. 그는 어떤 선물들을 누구에게 어떻게 줄까.

어느 해 크리스마스 때다. 파티장 입구에 지름 2m짜리 커다란 공이 매달려 있었다. 파티가 절정에 달했을 때 김정일이 갑자기 전자총을 뽑아들었다. 총을 쏘자 공이 터지면서 안에 담겼던 선물이 쏟아졌다. 파티 참석자들이 서로 선물을 집으려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이한영, 김정일 로얄패밀리) 구두, 화장품세트, 일제 팬티, 브래지어 등이다.

김정일은 평상시 측근들에게는 몇 달에 한 번 정도 양복을 주기도 하고, 몇 년에 한 번씩은 스위스제 롤렉스나 오메가 시계를 주기도 한다.

자신의 경호원들은 특히 챙긴다. 김정일 생일(2월 16일), 김일성 생일(4월 15일), 조국해방기념일(8월 15일), 공화국수립일(9월 9일), 당 창건일(10월 10일) 등마다 고기, 쌀, 과일, 생선을 준다. 내복, 백두산 불로주, 기러기·노루·꿩·곰고기를 주기도 한다.(이영국, 나는 김정일 경호원이었다) 이영국씨는 “11년 동안 5t트럭 한대 분량의 선물은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87년 8월에는 김정일 주최 연회가 있었다. 김정일은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씨가 만든 초밥을 먹은 뒤 팁이 든 봉투를 건넸다. 후지모토씨가 잠시 쉬고 있자 북한 주민인 요리과장은 봉투 안이 궁금한 듯 한참을 뜸 들이다가 “안을 좀 보여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봉투 안에는 8만엔(80만원)이 들어 있었다. 요리과장의 봉급은 2만엔 정도였다.(후지모토 겐지, 김정일의 요리사)
김정일은 과거 팁을 던져주는 버릇도 있었다. 후지모토씨가 김정일의 얼굴도 모를 때였다.

1982년이다. 연회를 마치자 누군가(그때까지 김정일을 몰랐다)가 “수고했어”라며 하얀 봉투를 던졌다. 봉투는 식탁 바닥으로 떨어졌다. 후지모토씨는 줍지 않았다.

그로부터 1주일 후 같은 연회장에서 김정일은 “요전에는 내가 실례를 한 것 같구먼. 용서하게나”라며 다시 팁이 든 봉투를 줬다. 5만엔이 들어 있었다.

김정일은 2001년 7월 러시아 방문길을 24일 동안이나 수행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전권대리에게 수제 패널화(판지에 그린 그림)를 선물했다.

여기에는 천으로 된 화폭에 북한 풍경이 그려져 있고, 한쪽 모서리에는 러시아어로 풀리코프스키라고 쓰여 있었다. 미리 준비한 것이다. 김정일은 당시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중앙백화점에 들렀다가 사장으로부터 천연 호박으로 된 작은 그림을 선물받자 북한에 돌아가 조선노동당 창건 50주년 기념 은제 주화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풀리코프스키, 동방특급열차)

김정일은 2002년 8월 자신을 취재했던 러시아 여기자 올가 말리체바에게는 고려인삼을 선물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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