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황장엽씨의 미국 상원 청문회 참석 문제와 관련, 우리 정부가 ‘신변안전 문제’ 등을 내세워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황씨측은 ‘예정대로 참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황씨가 오는 5월 23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할 것’이란 보도가 나가자, 정부 당국자들은 즉각 ‘황씨의 청문회 참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들을 내놓았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제시 헬름스(Jesse Helms) 상원 외교위원장 사무실에 알아보니 ‘황씨 문제(청문회 참석)에 대해 결정한 바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도 “헬름스 위원장이 황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은 사실이나, ‘청문회’ 형식은 아닐 것”이라면서 “황씨의 신변 경호 문제가 쉬운 게 아니므로, 5월 중 미국에 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씨측은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식 초청장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5월 중 방미’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황씨가 명예회장인 ‘탈북자동지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황 명예회장의 방미문제가 계속 추진 중이며, 조만간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황 명예회장은 5월 중순쯤 미국을 방문하며, 청문회엔 하루 정도 참석할 것 같다”면서 “한·미 양국 정부가 잘 협의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측 입장이 정부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황씨의 신변안전’을 앞세운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은 황씨를 미국에 보내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황씨를 ‘보호’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신변안전상 방미 불가’라고 결정하면 황씨나 미국측도 이를 외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월 황씨의 방미 문제가 제기됐을 때에도 ‘신변안전 협의’를 내세워 ‘사실상’ 허용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황씨 경호에 대해 최대한 보장하겠다’면서 ‘북한문제 청문회’ 참석을 공식 요청하고 나올 경우엔 우리 정부도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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