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통일 추진을 위해서는 남북한간 대화와 함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로부터 통일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을 얻어내는 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

‘2000수입차모터쇼’ 참석을 위해 방한한 호르스트 텔칙 BMW 재정담당 사장은 “통독(통독)을 추진하면서 여러차례 서독 정부는 비밀리에 소련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과 접촉, 통일을 위한 사전정지노력을 했다”며 “남·북한 지도자가 미국, 중국, 일본 지도자와 만나 통일의 컨센서스를 얻어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MW 텔칙 사장은 과거 독일 통일 당시 서독 헬무트 콜 총리의 안보보좌관을 지내면서 비밀협상밀사로 소련을 드나들었던 인물이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여러차례 통일에 관한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은 통일문제 전문가. 조선일보 김광현(김광현) 경제과학부장이 방한중인 그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독일 통일 과정과 현재 남·북한 대화 분위기를 비교해서 차이점을 설명한다면.

“과거 동유럽은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구 소련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고르바초프가 권력을 잡은 후 페레스트로이카로 불리는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하자 동유럽 국가들도 고립되지 않기위해 개혁·개방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 결과 독일통일은 비교적 쉽게 이루어졌다.

북한은 과거 구 소련과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했지만, 현재는 소련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중국도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즉 북한은 완전히 고립됐으며, 경제적으로 파산 상태에 있다. 따라서 남한과 군비경쟁을 벌일 상황은 아니다. 남·북한간 통일의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두가지 통일 정책을 병행하면 좋다. 우선 남·북한간 대화와 교류를 꾸준히 지속한다. 빨리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지 말고,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병행해서 국제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주변국인 중국·미국·일본·러시아와의 협조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유럽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통독과정에서 맡았던 역할은.

“헬무트 콜 총리는 안보보좌관인 나를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독일 정부 밀사로 보냈다. 나는 도이체 방크 행장 등 은행장 2명과 함께 모스크바로 갔고, 철저하게 신분을 감추었다. 4명만이 비밀 회담 추진을 알고 있었을 뿐, 심지어 외무부장관도 모르고 있었다. 남북통일의 경우 중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특히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본받고 있으며, 한국의 협조를 바라고 있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

―유의할 점이 있다면.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협상은 비밀리에 추진해야 한다. 협상사실이 도중에 알려지면 국민이 너무 결과에 큰 기대를 걸게 되고, 결국 정부는 압력에 시달려 제대로 협상을 마무리하기 힘들어진다. ”

/정리=김종호기자 tell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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