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북송 동포 탁구인의 아들이 북한 탁구 미래의 에이스로 자라나고 있다. 50년대 간사이 대학 대표로 학생 탁구를 주름잡았고 북한 대표까지 지냈던 정길화(67)씨의 아들 정광혁(23)이 그 주인공.

정광혁은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 2부리그 경기인 불가리아전에서 1승을 따냈고 본선 1회전인 러시아전에서는 1패를 안아 1승1패를 기록했다. 비록 팀이 25일 오스트리아와의 경기에서 패해 단체전 16강 진입은 좌절됐지만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개인전에 또다른 희망을 걸고 있다.

정광혁의 부친은 대학시절 전 세계 탁구연맹 회장을 지냈던 고 오기무라 이치로(54·56년 세계선수권 단식 챔피언)씨를 눌러 일본열도를 놀라게 했다. 58년 북으로 건너가 61년 베이징세계선수권에 북한 대표로 참가하는 등 맹활약했다. 부친 정씨는 은퇴 후 93년까지 북한 코치로 근무하며 후진을 길러냈다.

정광혁은 어릴적부터 아버지로부터 세세한 기술까지 전수받았다고 한다. 97년 처음 북한 대표로 선발된 정광혁은 이듬해인 98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세계선수권에 북한 남자 선수론 유일하게 참가해 그에게 거는 북한팀의 기대를 엿보게 했다. 동료인 박원철, 정경철 등과 함께 간판스타인 김성희(38) 이후의 ‘차세대 에이스’ 자리를 놓고 경합중이다.

정광혁은 “아직은 실력이 모자라 개인전 1회전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언젠가 아버지를 뛰어넘는 세계적 선수로 자라나고 싶다”고 말했다.
/오사카=김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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