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국방일보 「피바다」게재파문과 관련해 이번 사건이 제작인력 부족에 따른 「단순실수」로 잠정결론을 내리고 국방일보 부장급 2명을 직위해제하고 김종구 국방홍보원장의 채용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문제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일시적 호도책에 불과하다. 이 사건의 본질은 북한의 혁명노선과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피바다」가 어떻게 아무런 여과없이 장병들의 정신교육을 위해 제작되는 국방일보에 버젓이 실릴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난 3월 22일 보도된 후 4월 18일 국회에서 강창성 한나라당 의원이 이를 거론할 때까지 국방부 내에서 아무런 문제제기나 논의가 없었다는 것은 그것이 국방일보에 게재된 것 못지않게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다.

「문제의 심각성」은 고사하고 자체조사와 함께 시정노력을 한 바가 없었던 국방 당국자들의 안이한 정신상태가 우리 안보의 위협요인인 것이다. 말로는 국방에서의 「정신전력(戰力)」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하나의 해프닝으로 인식하는 것은 국방부 지휘부내에 얼마나 큰 의식의 구멍이 뚫려 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문제는 「파바다」게재경위에 대해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함께 국방부의 주장대로 실무자들의 「단순실수」로 판명되었다면 지도 감독기관인 정훈공보관실이 제기능을 했는지, 군의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군 수사기관이 대공(對共) 용의점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했는지가 검증되어야 한다.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가 문제가 되자 뒤늦게 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아울러 군의 정신전력을 책임지는 국방홍보원장을 이른바 「개방형」으로 임용한 것에 대해서도 그 적정성을 검토하는 등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없었는가 하는 것도 조사해야 한다.

국방당국은 군인들이 주체가 되어 제작하는 국방일보가 딱딱하고 경직된 면이 있어 민간인을 임명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적어도 군장병들의 사상교육을 담당하는 정훈물(政訓物) 제작만은 그런식으로 내맡길 일이 아닐 것이다.

선발과정도 더 엄격한 검증과 요건을 거쳐야 할 것이고, 편집재량권에 대해서도 분명한 감독 테두리를 두어야 할 일이다. 국방당국은 이번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 책임질 사람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하며 제도적인 개선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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