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인민군 창건 69돌(4.25)을 하루 앞둔 24일 당보 노동신문과 군보 `조선인민군'의 공동논설 `동지애의 구호를 높이 들고 나가자'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공동논설을 통해 '수령과 사회 모든 성원들 사이의 동지적 단결이 실현되고 혁명적 동지애가 꽉 차 넘치는 사회주의는 그 어떤 시련도 뚫고 승승장구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주의는 아무리 강한 군사력과 방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제국주의자들의 반사회주의적 공세를 막아낼 수 없고 물먹은 담벽(담벼락)처럼 쉽게 무너지게 된다'면서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를 중심으로 굳게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공동논설은 식량난 등 심각한 경제난으로 주민들의 사상이완과 사회일탈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남한을 비롯해 서방과 국제기구의 지원이 활성화 되는 것에 대비해 간부들과 주민들을 기존의 사상과 이념교양보다는 의리와 동지애라는 이름으로 더욱 굳게 결속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공동논설이 '동지애야말로 혁명가들을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간으로 되게 하는 인격의 핵이며 역량'이라고 주장한 점이나 '사회관계가 물질적 관계, 개인주의 관계로 전환되게 되면 사람들이 돈밖에 모르는 저속한 인간으로 되고 나중에 사회주의가 변색 변질돼 본태(본래 모습)를 잃게 된다'고 경고한 점은 이러한 분석을 낳게 한다.

공동논설이 또 '제국주의자들은 사회주의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기 위해 사상문화적 침투를 악랄하게 감행하고 있고 특히 돈이나 물건에 의해 지배되는 썩어빠진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을 퍼뜨리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에 고상한 인간관계, 집단주의적 사회관계를 흐리게 하는 자그마한 비사회주의적 요소도 허용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외부세계의 영향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잘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신년 공동사설에서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노래가 21세기의 영원한 동지애의 노래로 힘차게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올 들어 동지애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월 정론 `세기에 울려가라 동지애의 노래여'를 게재, 우리 혁명의 첫 시기부터 높이 들었던 동지애의 구호를 계속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는 김 총비서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2000만 전사들은 `동지애의 노래'를 높이 부르며 장군님의 영원한 동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또 주민들 사이에서 동지애와 수령에 대한 의리를 반영한 대표적인 가요 `동지애의 노래'와 `어디에 게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을 부르도록 권장하고 있다.

공동논설이 군 창건일을 하루 앞두고 나온 점도 주목된다.

군 창건일을 맞아 선군혁명을 강조하고 군사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논설을 발표할 만도 하지만 동지애를 주제로 다뤘고 그것을 통해 군사력 강화도 역설했다.

공동논설은 '혁명적 군인정신은 김정일 동지를 믿고 모두가 힘을 합쳐 싸우는 군인들의 동지애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관병일치와 군민일치의 전통적 미풍을 높이 발휘해 군대를 동지애의 결정체로 만들어야 하며 군대와 인민이 혼연일체 돼 사회주의 위업을 밀고 나갈 것'을 요구했다.

공동논설 발표에 대해 비록 군 창건일 기념 논설이라는 설명을 붙이지 않았지만 기존의 공동논설이 주로 노동신문과 당 이론잡지인 `근로자'를 통해 발표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논설은 군 창건기념일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금까지 주로 노동신문과 당 이론잡지 근로자의 공동논설 형식을 빌려 노동당의 주요 정책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대내외에 자신들의 입장을 천명해 왔다.

지난해 7월 노동신문과 당 이론잡지 근로자 공동논설을 통해 과학기술의 지향과 방향 등을 제시하면서 김 총비서의 `과학기술중시'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과학강국'의 길로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들 기관지는 지난 99년 6월에도 공동논설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모기장을 든든히 치자'는 내용과 `선군정치를 더욱 철저히 실현해 나가자'는 내용의 공동논설을 각각 게재했으며 98년 9월에는 `자립적 민족경제건설 노선을 끝까지 견지하자'고 호소했다.

이러한 점에서 공동논설은 단순한 사상이나 이념을 앞세우기 전에 피부에 와닿을 수 있고 설득력 있는 동지애와 의리를 내세워 군인들과 주민들을 교양하고 체제를 고수해 나가려는 북한당국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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