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조선학교 고교생 등 민단과 조총련 교포들이 23일 오사카 중앙체육관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코리아 ’탁구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재일교포 응원단은 전체 3000여석 중 1000여석을 채웠다./오사카=AP 연합


탁구 단일팀 구성엔 실패했지만 남북은 ‘장외’에서 더욱 뜨겁게 만났다. 제4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막식이 열린 23일 일본 오사카 중앙체육관은 한민족에겐 화합의 장이었다. 총 3000여석 중 1000여석이 코리아 선수들을 응원나온 재일교포 민단과 조총련 응원단 차지였다. 스탠드엔 대형 한반도기가 내걸렸고 태극기와 인공기가 물결을 쳤다. 개최국인 일본 관중들이 숨죽일 정도로 뜨거운 열기였다.

조총련계에선 오사카 조선고급학교(고교급) 학생 650여명이 나왔고 민단계에선 금강학원과 백두학원 학생 350여명이 자리를 차지했다. 민단에서 “이겨라 코리아”를 외치면 조총련 쪽에서 “좋다 코리아, 계속 전진”이라며 화답했다. 남북 공동응원의 열기는 오후 3시30분 개회식이 시작되면서 절정에 올랐다. 응원단은 남북한의 선수들이 입장할 때 징과 장구, 꽹과리를 울리며 경기장이 떠나가게 성원을 했다.

민단과 조총련은 당초 단일팀 구성을 맞아 공동 응원단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단일팀 구성이 물거품이 되면서 공식적인 공동응원단을 포기하고, 대신 민단과 조총련 어느 쪽이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응원 공동체를 만들었다.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은 자연스럽게 공동 응원가가 됐다.

남북 선수단도 서로에게 친밀감을 표하며 어울렸다. 남측 김무교(대한항공)가 오랜만에 만난 북 김현희의 머리 스타일이 변한 것을 보고 “머리에 힘 좀 줬네”라고 농을 건네자 김현희는 “언니야, 힘준다는 게 뭔가. 난 원래 곱슬머리 아닌가”라고 답하면서 반갑게 맞았다. 북측 단장인 채라우 탁구협회 서기장(한국의 전무급)은 한국 기자들이 찾아가면 일일이 명함을 건네며 반색을 했고 북한 선수들도 사진기자 등의 포즈 요구에 기꺼이 시간을 할애했다.

바로 1년 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세계선수권과 2년 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세계선수권 때 남북은 경계의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양측의 관계는 서로 무관한 제3국보다도 더 어색하고 소원했다. 그러나 오사카에서 만난 남북은 최소한 ‘타인’은 아니었다.

/오사카=김동석기자 d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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