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가 ‘보통군대’의 길을 치닫고 있다. 제도적 족쇄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활동반경을 전방위(전방위)로, 해외로 확대해가고 있다. 방위청의 하이테크 새 청사 입주는 ‘자위대 확장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 이벤트였던 셈이다. 이미 세계 최강급 전력을 보유한 자위대. 그들이 벌이는 ‘위험한 게임’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편집자



【동경=박정훈기자】 일본이 ‘군사대국’이라면 대부분 일본인은 화를 낼 것이다. 하지만 ‘군비(군비)대국’임은 어느 일본인도 부인못한다. 당대의 외교전략가라는 오카자키 히사히코(강기구언) 전 태국대사는 일본의 군사적 실력을 이렇게 정리했다. “하드웨어는 세계 최강급이다. 선진국 중에서도 최신최강의 해·공군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

‘군비대국’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아온 것은 법제도와 정책이었다. 창군(창군)이래 50년간 자위대의 발목엔 전수(전수)방위·비핵3원칙·평화헌법이라는 ‘3중의 족쇄’가 채워져왔다. 자위대가 ‘거세된 군대’로 불려졌던 이유다. 그러나 족쇄는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다.

영토가 공격받을때 최소한의 방어에 나선다는 ‘전수방위’ 원칙은 사실상 실효됐다, 방위개념이 적극적인 ‘전방위 방어전략’으로 전환된지 이미 오래다.

예컨대 방위청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F15 전투기 부대를 보내 북한내 기지를 파괴한다는 작전 시나리오를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방위를 위한 선제공격도 가능하다는 주장마저 자민당 내에서 제기된다.

평화헌법 개정 역시 필연적 방향인듯 하다. 일본 국회에선 보수세력이 개헌을 위한 대연합전선을 펼치고 있다. 개헌세력의 궁극적 목적은 전력보유와 교전권을 금지한 제9조(평화조항) 개정이다. 그런가하면 핵무장론도 더이상 정치권의 금기사항이 아니다(니시무라 방위청 정무차관의 핵발언 파동·99년).

자위대 활동영역의 해외확장 작업도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92년 PKO(유엔평화유지활동)법 제정 이후 5차례 해외파병의 실적을 쌓아왔다.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유사시 기지 제공 약속을 받아내 동남아쪽 교두보를 확보했다. 영토밖 분쟁에도 개입할수 있다는 ‘주변사태법’ 제정은 전수방위 원칙과의 최종결별을 의미했다.

90년대초 자위대는 걸프전쟁을 확장의 명분으로 삼았다. 지금은 북한이 핑계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공작선 사건을 계기로 오랜 현안들을 일거에 해결하려 하고있다. 자위대 출동요건을 완화하고 무기사용 범위를 넓히려는게 최우선 목적이다. 공중급유기·신형이지스함·정찰위성 등의 공격형 장비도입 계획도 아무런 제동없이 추진되고 있다.

오는 10월 자위대는 창군 50주년을 맞는다. 50년전 창군 당시 자위대(처음엔 경찰예비대)란 이름을 붙인 것은 군대가 아니라는 의지의 표시였다. 하지만 이제 ‘자위’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고 공격적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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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국 전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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