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서 풍치를 자랑하는 유원지를 든다면 단연 대동강의 능라도(綾羅島)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행정구역상 평양시 중구역 경상동에 속하는 능라도의 면적은 약 1.3㎢. 둘레 6㎞, 길이 2.7㎞, 제일 넓은 곳의 너비는 0.5㎞ 정도로 북동-남서방향으로 길게 놓여 있다.

능라도는 대동강 물결 위에 휘늘어진 능수버들들이 마치도 구슬같은 맑은 물위에 비단필을 풀어 놓은 듯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예로부터 불려온 이름이다.

평양시의 중심부를 감돌아 흐르는 대동강 물결에 아름답게 떠있는 능라도는 사계절 모두 독특한 풍치를 뽐내지만 온갖 꽃이 만발하는 화사한 봄에는 마치 물에 뜬 꽃바구니처럼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거기에다 화창한 봄을 맞아 능라도를 찾는 평양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휘늘어진 수양버들, 향기 풍기는 꽃들이 만개한 이곳은 사람들의 노랫소리ㆍ웃음소리와 더불어 더욱 흥성거린다는 것이 북한 언론의 능라도 봄소식이다.

평양시민들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4.15) 행사가 끝난 이맘 때면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가지고 이곳을 찾는다고 탈북자들도 전하고 있다.

주중에는 주로 오후시간을 내서 직장 동료들과 함께 능라도에 조성된 정구장, 농구장, 축구장, 롤러스케이트장 등에서 운동을 하거나 녹음기에 맞춰 춤도 추고 주말이면 가족끼리 놀러와 보트나 유희(오락)시설을 탄다는 것이다.

특히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는 으뜸이어서 꽃속에 묻혀 사랑을 속삭이는 청춘남녀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평양시 중심에 사는 시민들에게 한정돼 있는 특혜라고 할 수 있다.

지방 주민들에게는 평양시 출입이 제한돼 있어 표창의 일환으로 모범적인 사람들에게만 배정되는 평양견학의 기회에나 맛볼 수 있다.

능라도는 굳이 북한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지난 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개막식이 열린 15만명 수용능력을 가진 현대적인 `5월1일경기장' 등을 통해 남한과 다른 나라도 꽤 알려진 곳이다.

능라도는 북한당국이 시민들의 문화휴식터로 조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에 남한과 비교해 볼 때도 뒤지지 않는다.

능라도의 변두리는 화강석을 잘 다듬어 쌓아 강물에 깎이고 씻기지 않도록 돼 있으며 기슭을 따라 포장된 윤환(순환)도로와 인도도 잘 닦여있다.

90년대 중반에 건설된 능라다리와 청류다리가 있어 동평양과 서평야을 잇는 교통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비행탑 등 어린이들을 위한 오락시설, 보트장,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월도수영장', 식당, 상점 등도 훌륭히 갖춰져 있다.

거기에다 섬의 한 복판에 가꿔놓은 대(大)화초원, 섬 곳곳에 펼쳐진 꽃밭들, 사과ㆍ배ㆍ복숭아ㆍ앵두나무 등 각종 과일나무, 사슴ㆍ원숭이ㆍ꿩ㆍ기러기 등의 소(小)동물사, 갖가지 아름다운 새들이 지저귀는 능라도의 아름다운 풍치는 하루의 피곤을 잊게 하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휴식터로 자리잡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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