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ㆍ정 간부들에게 컴퓨터 관련 지식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정보기술(IT)분야 실력은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월간 `민족21'(발행인 강만길) 5월호에 따르면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컴퓨터공학 교수로 일하고 있는 북한의 컴퓨터 1세대 손종찬(45)씨가 언급한 김 총비서의 IT분야 실력 `예찬론'은 이채롭다.

'우리들(북한의 컴퓨터공학 교수)이 대답하기 힘든 문제를 물으실 때도 많다'는 손 교수의 말은 김 총비서의 IT분야 실력을 대강 짐작케 한다.

김책공대 재학 때이던 지난 81년 8비트 컴퓨터로 IT분야에 입문해 20년 동안 외길인생을 살아왔다는 그가 이렇게 말했다는 사실은 북한의 방송매체들이 그동안 김 총비서의 IT관련 지식이 전문가 이상이라고 보도해 온 것이 결코 `허풍'만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 북한의 라디오방송들은 최근까지도 김 총비서가 '당의 책임일꾼에게 새로운 컴퓨터 기술을 하나하나 가르쳐 줬다'는 등으로 그의 IT관련 실력을 자랑해왔기 때문이다.

기억장치의 실제 크기를 초월하는 프로그램의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외견상의 기억장치인 가상메모리, 각국 언어의 번호를 규정하고 있는 유니코드 규약 등과 관련한 김 총비서의 IT분야 지식은 전문가들도 놀라게 한다는 게 손 교수의 주장이다.

김 총비서는 '용량이 큰 프로그램 돌릴 때 메모리 공간이 부족할 수 있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럴 때 무조건 메모리를 확장하려 하지 말고 하드디스크를 가상메모리로 써라'라는 말을 했는가 하면 유니코드와 관련해 '조선어는 어느 번호대에 넣는 것이 좋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북한의 IT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때도 있었던 것으로 손 교수는 소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인 `델파이'를 메뉴얼도 없이 해독했다는 북한의 컴퓨터광인 손 교수도 유니코드와 관련해서는 결국 답변을 못했다는 것.

김 총비서는 이러한 것 외에도 컴퓨터 네트워크와 관련해 `왁찐'(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손 교수는 말했다.

'국사(國事)가 바쁘실 텐데 언제 그만큼 공부하셨을까요'라는 남한측 기자의 질문에 '저도 사실 그게 궁금합니다'라는 말로 예찬론을 매듭지으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다짐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세기에는 일본이 앞서 갔습니다. 먼저 과학기술을 받아들이고 그 힘으로 우리를 침략ㆍ수탈ㆍ억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그랬다고 언제까지 우리가 뒤지겠습니까. 나는 과학기술로 일본을 이기겠습니다. 자신있습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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