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0일 낮 청와대에서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 김동신(金東信) 국방부 장관,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 김하중(金夏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정부의 외교·안보팀을 불러 오찬을 함께 하며 2시간 동안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참석자들이 전한 간담회 대화 내용 요지다.

◆경의선 복원공사 및 장전항 해상 호텔 카지노

김 대통령이 경의선 복원 공사 진행상황을 물은데 대해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은 “남측 구간 공사는 진행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DMZ) 공사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남북한이 지난 2월 군사실무회담에서 DMZ 공사와 관련된 40여개 항목의 합의서를 체결한 뒤 양측 국방장관의 서명을 받아 교환하기로 했으나 북측이 아직 국방장관 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전항 해상호텔 카지노에 대해서는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이 “현대가 허용을 요청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북한의 주권에 관한 문제”라면서 “현대가 외국 카지노 업자에게 이를 임대하는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승인은 보류해 놓은 상태”라고 보고했다.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은 “정선 카지노가 이미 허용돼 있는 상태에서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미(對美)·대일(對日) 외교

김 대통령이 파월 미 국무장관 방한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데 대해 한 외교장관은 “계획이 있지만 최종 확정되진 않았다”면서 파월 장관이 5월에 오면 자신이 6월 중 답방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보고했다. 김 대통령은 또 “미국이 (한반도와 중동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이 터져도 양쪽 다 승리하도록 한다는) ‘윈-윈(win-win) 전략’을 변경할 것인가”라고 물었는데, 김 국방장관은 “LA타임스가 미국이 윈-윈 전략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닌 듯하다”면서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에 종전보다 더욱 비중을 두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한·미 동맹관계를 중시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김 대통령은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는 국제사회가 볼 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방향으로 일본측과 대화를 하고, 내용도 그렇게 되도록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

김 대통령이 북한 노동신문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 보도에 관심을 표하자 임 통일장관은 “북한 보도매체의 보도는 있지만 북한 당국자들은 이야기를 않고 있다”면서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측에서 강경발언이 나올 때마다 북한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대미(對美) 협상용으로 분석된다”고 보고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도록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 김민배 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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