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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렇게 하자 (9) ‘미·일과 공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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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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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안으로써 정상회담이 거론된 것은 상당히 오래 된 일이다. 이러한 정상회담 대망론은 남북한 관계가 너무 복잡하여 국정의 최고책임자들이 만나 쾌도난마(쾌도란마)식으로 일거에 해결하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간절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과거 시도되었던 정상회담들이 실제 열렸더라도 이번 6월의 회담에 비해 엄청난 좌절감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회담의 전망이 특별히 밝아서가 아니다. 정상회담이 만들어낼 수 있는 구체적 성과는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민들의 반응이 의외로 차분하고 또한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구체적 성과가 없어도 좌절감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측이 어찌 보면 약간 비꼬는 듯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회담에 임하는 대통령으로서 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어법에 불과하다. 찬반 또는 성과 여부에 무관하게 남북정상회담은 실로 역사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갖는 대사건이다.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대통령으로서는 어떤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인데 그 부담감은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동족인 남북한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조속히 이루어야 한다는 당위론이 대단히 강하지만 동시에 군사적 대결관계에 놓여있다는 점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실제 그 당위론도 군사적 대결이라는 현실 때문에 나온 주장일 뿐이다. 이러한 원론적 논의를 반복하는 까닭은 당위론을 아무리 반복해도 현실문제 해결에는 한치도 다가가지 못한다는 점을 정부가 때로는 잊고 있거나 잊고 싶어하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회담에 임하는 대통령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것은 성과에 대한 너무나 강한 집착 때문에 원론적 사항에 대한 양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경제를 돕는 일은, 일정 범위 안에서는 국민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안보의 기본틀을 약화시킬 수 있는 어떤 양보도 있을 수 없다. 만일 북한이 최소한의 성의만 갖고 남북회담에 임해도 우리의 안보태세에 대한 어떤 변화요구도 지속적 대화를 위한 조건으로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데다가 여권 일각에서 가끔 그에 동조하는 듯한 엉뚱한 주장들이 풍향계용 풍선처럼 나왔다가는 사라지곤 하기 때문에 기우가 되기를 빌면서도 기우로 그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취하고 있는 대북한 군사안보 태세 가운데에서 가장 기초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은 주한미군의 존재이다. 이러한 기초적 사실은 양보는 고사하고 논의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남북한 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깨고 전 세계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을 북한이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생산자제의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두고 미국과 북한 사이의 회담이 진행되다가 중단되고 있다. 진행과정이 정확히 어떤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일 모종의 문제 때문에 교착상태로 접어든 상태에서 북한이 미국에 대한 견제 카드로 남한과의 (일시적) 관계개선을 생각했거나 결과적으로 일이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정상회담은 결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국의 관심과는 성격을 달리해도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일본의 걱정도 결코 작을 수 없기 때문에 일본과의 협조도 역시 중요하다.

한반도 통일의 문제는 대단히 이질적이고 잘 무장된 두 개의 사회체제의 통합에 관한 정치적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몰고 올 국제적 파장도 심대하다. 이러한 현실의 문제를 외면한 채 제기되는 통일론이 그 목적의 숭고성 때문에 칭송될 수는 있겠지만 그 이면에 가려져 안 보이는 순진성(무지) 또는 현실도피증이 숭고한 목적을 스스로 무효화시킬 수 있음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박상섭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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