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북한주민들의 일상생활이다. 친구들간의 모임이나 집안의 경사, 국가적 명절 때는 어김없이 춤이 등장한다.
김일성 생일(4.15) 9.9 절(정권창건일) 노동당창건 기념일(10.10) 등 봄 가을의 명절에는 전국의 도시 마을마다 군중무도회가 열린다. 이번 김일성 생일에도 평양에서는 10만명이 참가한 군중무도회가 열렸고 중앙TV를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각 학교 기업소에서는 춤을 잘 추는 남녀 젊은이들을 선발해 각 도, 군 소재 청년동맹(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춤강사들에게 집중적으로 훈련받게 한다. 이들의 동작이 완벽해지면 각자의 소속기관으로 돌아가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해 춤을 가르친다.
춤강의에는 누구도 빠질 수없다. 처음 배울 때는 서먹서먹하다가도 몇 바퀴 돌고 나면 대부분 즐거워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춤배우기에 열성이다. 춤곡으로 지정된 노래마다 서로 다른 춤동작들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정작 무도회 때는 춤을 출 수가 없다. 게다가 남녀 파트너가 함께 춤을 추게 돼 있기 때문에 파트너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웬 만큼 동작을 익혀야 한다.
무도회 날은 오후부터 방송차나 대형 오디오를 이용한 스피커가 전국의 도시 지방마다 무도장에 설치된다. 전기조명도 새롭게 단장하고 제법 무도장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낮부터 용기를 내서 춤을 추는 멋쟁이 젊은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두워질 때까지 관망한다. 날이 어두워지면 사람들은 우르르 무도장으로 몰려간다. 젊은이들은 무도회가 열리기 전 서로의 파트너를 정한다.
파트너가 없어 동성끼리 춤을 추면 망신이라고 생각한다. 잘생긴 젊은 남녀가 멋진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에 젊은이들은 반하기도 한다. 춤동작을 익히지 못했거나 불량기 있는 젊은이들은 술에 취해 디스코 춤을 추기도 한다. 구경꾼들은 그 용감성에 탄복하기도 하고 재밌어 웃기도 한다.
무도장의 대형전등은 이런 곳에 수시로 불을 비추면서 ‘불량 춤’을 중지하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빛이 사라지고 나면 디스코 춤은 다시 벌어진다. 1989년 13차 청년학생축전때 디스코 춤이 허용된 적이 있었지만 이내 금지됐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춤에 대한 저항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디스코 춤을 잘 추는 젊은이는 어디가나 인기다. 군중무도회막판에 이르면 술취한 사람과 싸우는 사람들로 주위가 복잡해진다. 주로 파트너를 둘러싼 여자문제로 젊은이들이 싸운다.
야유회나 망년회 등의 모임에서도 춤판이 벌어진다. 여기서는 규정된 춤이 아닌 민속춤을 비롯한 여러 가지 춤이 등장한다. 협동농장에서도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결산분배를 할 때는 농악을 울리며 민속춤판이 신나게 벌어진다. 생일 모임등에서도 술판과 함께 춤판이 벌어진다.
북한의 군중무용은 문화예술부의 안무가들이 수시로 개발하는 북한특유의 춤동작들로 만들어지는데 노래별로 약간의 디스코 동작이 가미된 흥겨운 춤이 있고, 왈츠나 탱고 블루스 등을 혼합한 듯한 여러 종류들이 있다. 나이 많은 계층에서는 민속춤을 가미한 군중무용이 인기가 좋다. 인민군 춤은 박력 있고 동작이 단조롭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