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소련 붕괴 이후 지난 10년동안 사실상 중단했던 대(對)북한 무기수출을 곧 재개할 것이라는 소식이 러시아 외무부, 국방부, 로스보오루제니예(러시아 국영 무기수출 회사) 등 관계 기관에서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의 선물이 대북 무기수출 재개이며, 이 문제가 최종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이 연기된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돌고 있다. 특히 일리야 클레바노프(Ilya Klevanov) 군수담당 부총리가 최근 북·러 통상·경제·과학협력촉진공동위원회의 러시아측 위원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이같은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다.

대북 무기수출 재개 여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러시아 관계자들은 『언제 우리가 대북 무기수출을 금지한 적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동안 대북 무기수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북한이 무기 대금으로 지불할 경화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일 뿐, 러시아는 근본적으로 대북 무기수출에 반대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과거와 같은 외상거래는 사절해 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난 10년간 러시아의 대북 무기수출은 계속 지속돼 왔다고 할 수 있다. 단지 북한은 그동안 경화부족으로 인해 구입 물품이 군용트럭과 일부 개인장비 등에 그쳤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러시아 무기 전시회가 있을 때마다 대규모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러시아제 무기 수입에 대해 계속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로스보오루제니예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미그 21기 현대화 개량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과거 10년 동안 러시아가 대북 무기수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것은 북한의 지불능력을 의심했을 뿐만 아니라, 잠재적 한국 무기시장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되지 않는 푼돈 때문에, 잠재적 대형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결국 『잠재적 고객』이었을 뿐이었다. 기대했던 잠수함 수출이 이뤄지지 않는 등, 한국의 러시아제 무기구입은 러시아 기대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대북 무기수출 재개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결제문제이다. 그런데 외상으로 무기를 판매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로스보오루제니예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카자흐스탄에서 미그기를 밀수한 사실을 보면, 어디선가 돈을 만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말꼬리를 흐렸다.
/모스크바=황성준특파원 s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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