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의 정신무장 강화를 위해 발행하는 국방일보에 북한의 혁명가극 「피바다」가 아무런 비평없이 북한논리대로 그대로 실려도 한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 군의 대북 경각심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정권의 남북화해 정책으로 인해 우리사회 일각에서 마치 남북 간 실질적 평화가 정착된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인데 우리체제 수호의 마지막 보루인 군마저 그런 분위기에 휩쓸린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이 연합뉴스를 옮겨싣다가 부제에 북측주장임을 표시하는 인용부호가 빠진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이 더 가소롭다. 핵심은 애당초 「피바다」는 소개하거나 실을 이유가 없다는데 있다.

「피바다」는 북한당국이 북한의 이른바 5대 혁명가극 가운데서도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장 투철하게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김일성이 이른바 항일활동중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공산혁명과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작품이다.

그런데도 국방일보가 「북한의 오늘」이라는 코너에서 북한이 「주체사상 구현한 명작」이라는 피바다 가극 1500회 공연 선전내용을 아무런 평가없이 그대로 게재한 것 자체가 「의식의 부재상태」를 나타낸 것이다.

국방부는 『예술작품을 통해서도 김일성 부자 찬양에 치중하고 있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이를 통해 올바른 대북관을 확립하기 위해 그대로 보도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억지와 궤변에 불과하다.

그런 논리라면 노동신문을 직접 읽게 해주고 『김부자 찬양의 북한실상을 알려 올바른 대북관을…』 운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이번 일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군내의 최근 해이해진 대북 경각심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본다. 그러니 그 기사가 보도된 지 한달 가까이 되도록 군내부에선 아무 말이 없다가 뒤늦게 국회에서 문제가 된 것이다.

전체 군과 군의 선배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지휘부에 존재하는 어떤 해이감도 일소하는데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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