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20일 당사 총재실에서 기자들 몇명과 환담하면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에 대해 “김정일이 (서울에) 와서 주고 얻어갈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 답방이 늦어지는 것이) 단순히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 화가 나서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북한 정세에 대해 “김정일이 러시아 방문도 연기하고, 북한 내부가 뭔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면서 “자기네들끼리 모이면 군부가 김영남(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대해 ‘당신 때문에 김정일 동지가 왔다갔다 한다’면서 막 공격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도 권력의 원천인 군부를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명예총재는 그러면서 “(작년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의했다고 하더니, 지금 보면 다시 주한미군 나가라고 하는데 종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스타일에 대해 “절대통치자인 아버지로부터 어렸을 적부터 절대통치에 필요한 ‘제왕학’은 배웠을 것”이라면서 “절대 권력은 절대로 썩는다. 세계역사를 봐도 절대 권력이 오래 유지되는 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명예총재는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와도 만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로 나라를 움직이는 데 익숙해 있는 김정일은 유행가 가사 ‘내 마음 나도 몰라’처럼 자기도 자기 마음을 모를 것”이라며 “그런 그가 금년 내로 서울에 ‘온다’ ‘안온다’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권현기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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